美 탄저병확산에 심리적공황등 후유증 막대비용·노력비해 엄청난결과·범인 색출도 곤란
최근 잇따르고 있는 탄저병 발병 사건들을 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다. 다름 아닌 백색가루가 발병의 매개체 역할을 했다는 것.
테러 전문가들에 따르면 탄저병 균은 구입이 가능한 일반적인 실험실 장비로 대량 배양이 가능하며, 배양된 탄저병 박테리아를 건조해 아주 작은 포자(胞子) 상태로 만들면 백색가루가 된다. 한마디로 생화학무기를 테러의 주요수단으로 이용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는 얘기다.
특히 한 도시 전체를 감염시키려면 이 백색가루를 공중에 떠있게 만드는 불활성 화학물질을 섞은 다음 비행기나 공업용 스프레이어를 이용해 살포하면 되고, 적은 사람을 감염시키려면 백색가루를 소량 봉투에 넣어 보내면 된다. 최근 미국에서 발생한 탄저병 발병은 대부분 후자의 경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테러 전문가들은 이번 탄저병 발병 사태를 생화학 테러의 상시화 가능성에서 접근하고 있다.
9.11 사태를 비롯한 그 동안의 테러는 주로 폭발물 또는 폭발 유도를 통한 자 살 테러가 주종을 이뤘지만 앞으로는 각종 생화학 물질이 동원되는 생화학 테러가 더욱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물론 현재까지 탄저병 발병이 테러에 의한 것인지, 누가 자행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통해 세계가 세균 및 화학물질을 이용한 테러에 얼마나 취약한 상태에 있는지 입증됨으로써 앞으로 이들 세균 및 화학물질을 통한 공격은 테러의 주요 수단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적은 비용과 노력에 비해 테러 효과가 확실한데다 감염 루트를 확인해 범인을
찾아내기도 쉽지 않다는 점 역시 생화학 공격에 대한 테러 집단의 유혹을 증가시킬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미 당국은 아직까지 사건의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추측만 남발하고 있으며, 허위 신고와 모방 범죄 등을 처리하느라 허덕이고 있다.
공상 영화의 한 장면이거나 아니면 먼 훗날의 현실쯤으로 치부되던 생화학 테러전이 현실의 세계에서 맹위를 떨치기 시작한 셈이다.
여기에 생화학 테러는 폭발물 테러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후유증을 남긴다. 실제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탄저병 환자가 발생된 이후 한동안 방독면을 구입하느라 부산을 떨었던 미국인들은 이제 항생제 사재기에 나서 일부 약품의 품귀 현상을 가져오는 등 유통질서에 대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또한 테러 공포는 주가를 끌어내리고, 우편 배달을 지연시키는 등 정보 네트워크에도 구멍을 내고 있다.
테러 전문가들은 과연 탄저병 바이러스를 함유한 우편물이 얼마나, 그리고 어느 정도광범위한 지역으로 발송 됐는지 알 수 없는데다 일단 감염이 됐어도 잠복기간이 있는 관계로 탄저병에 대한 공포감은 한 순간의 패닉보다는 장기간에 걸쳐 만성적인 불안감으로 이어질 공산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요인 역시 테러 집단에 의한 생화학 공격 가능성을 높이는 동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구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