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칼럼/2월 9일] 금융위기와 서민금융의 위축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국내 저축은행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저축은행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의 연체율이 증가하면서 일부 저축은행의 부실화가 우려된다. 국내외 금융시장의 전반적인 신용경색이 해소되지 않고 미분양 아파트 증가 등 건설 경기 침체가 주요 원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저축은행 부동산 PF 대출총액 12조2,000억원 가운데 부실 대출채권을 1조원 규모로 사들임으로 저축은행 전체 부동산 PF는 일단 안정됐다. 저축은행이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에 불과하다. 일부 저축은행이 부실화돼도 국내 금융권에 미치는 효과가 크지는 않을 것이다. 저축은행이 부실화돼 영업정지가 되는 경우라도 저축은행의 모든 예금은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5,000만원까지 보호 받는다. 저축은행들도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자구노력과 구조조정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저축은행의 부실화 가능성보다 그에 따르는 서민금융의 위축과 서민들이 겪는 어려움이 더 큰 문제다. 저축은행은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계층이나 지역 중소상공인에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기관이다. 실제로 저축은행은 신용정보회사가 분류하는 신용도 10등급 고객군 중 7등급 이하에 대한 대출 비중이 총대출자의 78.4%를 차지한다. 연체율이 일반적으로 은행 등 다른 금융기관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다. 저축은행의 대출금리가 은행권 등에 비해 높은 것도 저축은행의 연체율이 높은 특성을 반영한다. 따라서 감독 당국이 금융기관의 건전성 감독과 리스크 관리만 강조하면 서민금융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실제로 서민과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제도권 금융서비스에서 소외돼 자금난을 겪고 있다. 금융위기로 가장 피해를 보는 계층은 서민들이다. 서민생활이 어려움이 지속되고 악화된다면 소득격차가 커지고 경제의 성장잠재력과 사회통합의 기반마저 훼손될 우려가 있다. 정부는 금융위기 일수록 서민대책에 역량을 집중하고 서민금융 활성화를 위한 정부지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서민금융이 취약한 원인은 서민들의 신용도가 낮고 서민금융기관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정부가 무제한으로 정책자금을 배급할 수는 없다. 금융기관도 대출 부실화를 우려해서 신용도가 낮은 서민에게는 대출을 기피한다. 서민금융을 전적으로 시장에만 맡긴다면 금융은 신용도가 높은 대기업 등에 집중되고 서민들에게는 금융기회가 봉쇄되는 금융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이다. 서민에게 높은 신용도를 기대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서민금융기관에 높은 자산건전성과 엄격한 위험관리를 요구하기도 어렵다. 특히 금융위기에 당면해서 감독 당국이 지나치게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을 강조하는 것은 위기를 방지하기보다 심화시키는 것이다. 그럴 경우 서민금융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서민금융기관에 대한 건전성 규제를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또 대손충당금, 예금보험료, 자금조달 이자 등의 일정 부분을 지원해 서민금융의 신용갭을 보전하고 그 혜택이 서민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함께 서민금융기관이 수익성을 확보하고 위험을 분산할 수 있도록 금융상품 취급도 다변화해야 한다. 특히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들의 재산증식을 지원하고 대출이자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저축은행에도 비과세 예금 판매를 허용해야 한다. 저축은행이 비과세 예금을 취급한다면 조달금리 인하분 만큼 서민 대출금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정부지원과 함께 서민금융기관들이 지역밀착형 경영과 효과적인 위험관리로 차입자와 금융기관 간에 합리적인 위험분담이 이뤄질 때 서민금융이 활성화될 수 있다. 서민금융은 경제논리와 경제정책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회정책적 특성을 갖는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를 당면해 더욱 위축되고 어려움을 겪는 것이 서민금융이다. 그러나 서민금융이 정부지원만으로 활성화될 수는 없다. 정부지원과 함께 금융기관의 철저한 자구노력이 필수적이다. 서민금융이 활성화되고 금융서비스 확대로 서민생활의 질이 개선될 때 우리사회의 구조적인 양극화 문제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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