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 공유·오류수정 고객요구 신속하게 대응웅진코웨이·계양전기등 3D CAD도입 경쟁력 쑥쑥
제품 기획에서부터 설계, 생산, 영업, 유지보수, 고객관리에 이르는 일련의 프로세스 중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고 대답하면 그런대로 무난할 것이다. 그러나 생산ㆍ영업환경이 점차 글로벌화되고 고객의 요구는 날로 다양해지며 제품 주기는 하루가 다르게 짧아져 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모두가 중요하다`는 대답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나온 것이 `제품주기관리`(PLM)라는 개념이다. 생산부서의 애로사항을 제품설계에 즉각 반영할 수 있다면, 제품 데이터에 회계 정보를 결합해 제조원가를 미리 계산할 수 있다면, 고객의 다양한 요구를 직접 제품 설계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면, 그 결과를 예상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정수기와 공기 청정기 등으로 유명한 웅진코웨이의 설계자들은 처음 3D CAD가 도입됐을 때 작업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거부감을 나타냈다. 비싼 비용을 치르고 들여온 3D CAD가 제대로 쓰이지도 못한 채 용도폐기됐다.
그러다 IBM의 PLM 솔루션을 도입하고 집중 교육을 병행한 뒤 웅진코웨이의 설계 작업실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2D로 설계할 때는 정수기의 곡면을 도면 상에 처리하거나 결과물을 금형업체에 넘길 때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3D 설계는 이런 문제점을 일거에 해결해줬다.
3D로 표현된 설계도는 생산, 영업부서 팀원 뿐 아니라 하청업체에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관련자 전원이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교환하며 복잡한 여러 공정 상에서의 오류가 줄어들었다. 이미 구축돼 있는 ERP, SCM, CRM 상의 디지털화된 데이터가 전 관계부서를 넘나들며 최상의 제품을 신속히 만들어내는 데 기여했다. `디지털 협업`이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전동공구와 모터 등을 생산하는 계양전기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생산 품목도 많고 고객의 요구는 점점 다양해지는데 기존 2D 설계로는 디자인, 도면표현, 데이터 공유 등의 문제에 신속히 대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오랜 검토 끝에 도입한 PTC의 PLM 솔루션은 설계실 내에만 머물던 평면적인 도면을 설계실 밖에서도 통하는 입체 도면으로 탈바꿈시켰다. 웹 환경 하에서 누구든 쉽게 도면을 검색해 들여다 볼 수 있게 됐고, 때마다 금형업체에 사람을 보내던 모습도 보기 힘들어졌다.
PLM이란 용어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불과 2년전. 그러나 항공우주, 자동차, 조선, 기계제조, 소비재, 정보통신 등의 분야에서 진화는 급속도로 진행 중이다.
지난 90년대 일찌감치 EDS PLM 솔루션즈의 제품을 도입해 `모든 것을 바꾸는` 혁신을 시도했던 삼성전자의 요시가와 상무는 최근 EDS 사용자 미팅에서 "3D CAD 기술은 개발 및 설계 프로세스를 가늠하는 근본적이고 중요한 기술로 자리잡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문섭기자 cloone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