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플래시메모리보다 정보처리속도가 1,000배 이상 빠른 메모리 소자 개발에 성공했다.
건국대와 서울대ㆍ한국연구재단은 이상욱 건국대 물리학부 교수팀과 박영우 서울대 교수팀이 탄소나노튜브와 마이크로 전기역학 시스템을 기반으로 기존 플래시메모리를 대체할 수 있는 비휘발성(전기공급 없이 데이터 보존) 메모리 셀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1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 과학저널인 네이처(Nature)의 온라인 속보매체인 ‘네이처커뮤니케이션’에 1일 게재됐다.
기존 플래시메모리는 절연체로 둘러싸인 일종의 ‘그릇’이라고 할 수 있는 플로팅 게이트에 전압을 가해 전하를 넣거나 빼면서 ‘0’ 또는 ‘1’ 신호를 만들고 실리콘 트랜지스터가 이 신호를 읽어내는 방식으로 가동된다.
이 과정에서 절연체 막을 뚫고 전하를 전달하려면 상당히 높은 전압이 필요하게 되고 이런 원리로 플래시메모리를 장시간 사용하면 열이 나게 된다.
이상욱ㆍ박영우 교수팀은 이처럼 절연체에 전하를 통과시키는 기존 방식 대신 기계적 전기역학 시스템, 즉 일종의 금속판(메탈 캔틸레버)을 플로팅 게이트에 직접 접촉시켜 전하를 건네주거나 빼내는 방법을 고안해 실험에 성공했다.
전하를 전달하는 과정이 단축됨에 따라 정보를 쓰거나 지우는 데 걸리는 시간도 1,000만분의1초 수준까지 짧아졌고 기존 플래시메모리보다 전력소비도 크게 줄었다. 여기에 트랜지스터에 실리콘이 아닌 직경이 1㎚(나노미터)에 불과한 탄소나노튜브를 사용해 응답속도를 높이고 구동 에너지를 줄였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 사용된 메탈 캔틸레버까지 향후 탄소나노튜브로 대체해 작게 만들면 메모리 동작속도를 현재 플래시메모리의 수천~수만배까지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교수는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메모리 소자에 전기역학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차세대 메모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 중인 과학계에 발상의 전환을 촉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의미”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