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성 미리 개발…중학 체육 수행평가 대비… 골프·승마 등 교습클럽 강남에만 10개 넘어 사교육비 크게 늘고 인기강사 들은 '귀한몸' "학습위한 과잉교육은 공격적 아이 만들 수도"
입력 2006.06.08 17:57:24수정
2006.06.08 17:57:24
“자 이번에는 토끼자세를 배워볼까요.” 서울 강남의 한 요가학원. 8살 남짓한 아이들 10여명이 모여 강사의 설명에 따라 머리를 바닥에 붙이고 두 팔을 뒤로 올리는 토끼자세를 배우고 있다. 같은 시간 인근의 어린이스포츠댄스 학원에는 남녀 어린이 20명이 짝을 이뤄 ‘차차차’를 추고 있다. “바닥에 착착착 소리가 나야 차차차를 추는 거예요.” 강사가 시범을 보이자 아이들은 따라 하기 바쁘다.
어린이스포츠 교육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학원가에서는 어린이용으로 특화된 스포츠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만 2~13세 아동을 대상으로 유아 체육부터 에어로빅ㆍ발레 등을 가르치는 어린이스포츠클럽은 서울 강남에만 10여개가 넘는다. 일부 부유층에서는 주말마다 학원에서 골프를 치거나 승마를 배우는 어린이들까지 생겼다. 동부 이촌동의 학원강사 김모(27)씨는 “반 아이들 중 절반이 넘는 아이들이 토요일이면 어린이골프학원에 다닌다”고 귀띔했다.
이에 따라 일선 가정에서는 ‘스포츠 사교육비’를 늘리고 있다. 서울 강남에 거주하는 박모(37) 주부의 경우 7살짜리 남자 아이에게 3개월에 40만원짜리 어린이스포츠클럽과 1개월에 10만원짜리 어린이골프학원을 보낸다. 김씨는 “골프의 경우에는 필드에 나갈 때 따로 부가비용을 내고 장비도 비싸 실질적으로 한달에 40만원이 넘는 돈을 체육과외에 쓰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스포츠업계의 인기 강사도 ‘귀한 몸’이 됐다. 어린이 요가를 전문으로 가르치는 김선형(26)씨의 경우 현재 유치원ㆍ학원 등 5개 교실에서 수업을 진행한다. 김씨는 “학교에서도 특별활동 강사로 초빙하는 경우가 많아 요즘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말했다.
이렇듯 어린이스포츠업계가 호황을 맞는 것은 어릴 때부터 아이들의 적성을 찾으려는 학부모들의 바람과 중학교에서 학년별로 실시되는 체육 수행평가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중학교에서 수행평가가 내신 비중의 30% 정도를 차지하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특목고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체육과외를 받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화여대 유아교육과 이기숙(55) 교수는 “어린이들이 어릴 때부터 운동에 취미를 붙이는 것은 좋다”면서도 “학습을 위한 지나친 과잉교육은 아이들의 성향을 공격적으로 변화시키는 등 부작용도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