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퍼링에도 글로벌 부동산 거품 팽창

런던·홍콩 등 기록적 상승… 일부 버블붕괴 임박 지적
뾰족한 시장안정대책 없어 몇년간 리스크 계속 커질듯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돌입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버블은 앞으로 더욱 팽창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 각국은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버블을 걷어내기 위한 부동산 가격 억제책 마련에 고심하지만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며 몇몇 지역에서는 벌써부터 버블 붕괴가 임박했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CNBC 등 외신들에 따르면 전세계 부동산 가격은 런던·홍콩 등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영국 부동산 업체 사빌리스는 지난해 기준 런던 주택 가격이 지난 2005년보다 107% 급등했으며 싱가포르는 무려 232%나 치솟았다고 분석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집값을 자랑하는 홍콩은 2009년 이후에만도 두 배 이상 가격이 오른 상태다.

전문가들은 특히 최근 글로벌 부동산 가격이 너무 가파르게 오른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부동산 컨설팅 업체 나이트프랭크의 글로벌 주택가격지수를 보면 지난 한해 동안 두바이 부동산 가격은 28.5% 올랐으며 홍콩은 16.1%, 중국 본토는 21.6% 뛰었다. 런던도 11.6% 급등해 영국 전체 평균(5.4%)을 두 배 이상 앞질렀다. 시드니(14.5%) 등 호주 대도시도 10% 안팎의 상승세를 경험했다.

신흥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인도네시아는 13.5% 상승했고 터키는 12.5%, 브라질은 11.9% 올랐다. 부동산 전문투자기관인 라살인베스트먼트의 잭 고든 전략가는 "홍콩과 캐나다·미국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면서 "지금 부동산 버블이 터질 경우 소비와 가계경제는 물론 경제 전반에 막대한 피해를 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세계 부동산 시장의 과열은 금융위기 이후 미국 등 각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경쟁적으로 펼친 통화완화가 핵심 요인이다. 여기에 중국 등지의 신흥부호들이 해외 부동산 투자를 늘리면서 시장에 지속적인 상승압력을 가하고 있다.

BBC는 "런던에서는 1,500만달러짜리 부동산에 붙는 세금이 뉴욕의 100분의1을 조금 넘는 연 1만6,000달러에 불과하다는 이점이 있고 싱가포르·홍콩은 자본소득 과세가 없어 전세계 자산가들을 유혹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미국이 테이퍼링에 돌입했음에도 이 같은 버블리스크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부동산 업체 쿠시맨앤웨이크필드의 데이빗 허친스 유럽·중동 지역 헤드는 "투자자들은 신흥국에서 발을 빼 선진국 부동산으로 옮겨갈 것"이라며 "결국 향후 몇년간 리스크는 전반적으로 커지기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몇몇 지역은 부동산이 가계경제를 짓눌러 버블 붕괴가 가까워졌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해 기준 캐나다의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64%로 금융위기 직전이던 2007년 당시의 미국보다 높다. 미국계 컨설팅 업체 벨레빌이 세계 360개 대도시를 조사한 결과 홍콩 주택 가격은 연평균 가구소득의 14.9배로 역시 2000년대 초중반 버블기(13배)를 추월했다.

경제매체 포브스의 저명 칼럼니스트 제시 콜롬보는 최근 "가계부채 비율이 75%에 이르는 싱가포르는 집값의 57%가 거품"이라며 싱가포르 경제가 아일랜드처럼 붕괴할 수 있다고 주장, 이 나라 금융감독 기관인 싱가포르통화청(MAS)이 반박성명을 내는 등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이처럼 부동산 과열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자 일부 국가는 버블 해소를 위해 시장안정대책을 내놓았다. 싱가포르는 지난해부터 총부채상환비율(DTI)을 60%로 낮추는 한편 부동산세와 주택거래 관련 인지세를 올리기로 했다. 홍콩은 200만홍콩달러(약 25만8,000달러)가 넘는 부동산 거래시 인지세를 두 배 인상하는 한편 비거주자의 주택구입에 대해서는 주택 가격의 15%를 추가 과세하고 있다. 두바이 정부도 인지세 두 배 인상과 함께 내외국인 모두에게 주택 가격 대비 대출 상한선을 낮추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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