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투자가 왜 정치권의 정쟁 대상이 돼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주최로 열린 외국인투자촉진법 공청회에 참석한 한 기업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이날 국회는 외촉법 개정안에 대한 본격 법안 심의에 앞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열었지만 기업의 투자조차 정쟁의 대상으로 변질됐다는 사실만 다시 확인시켜주는 데 그쳤다.
외촉법 개정안은 외국인 투자를 유치한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외국인과 합작할 경우 지분의 50%만 갖고도 증손회사를 만들 수 있도록 예외를 허용하는 것이 골자다. 현재 SK그룹과 GS그룹은 증손회사 규정 완화를 전제로 일본 기업과 합작해 총 2조3,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외촉법 개정안이 불발될 경우 2조3,000억원 투자는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공청회에서는 소수 대기업에 특혜라는 주장과 투자촉진이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산업연구원의 장윤종 박사는 "외국인 투자는 공정거래법에서 규제하는 재벌의 문어발 확장과 무관한데 외국인 투자 유치를 가로막는 상황을 초래했다"며 "영향이 외국인 투자에 미쳐 자칫 한국 산업의 발전과 대중국 대응력 확보에 차질이 빚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18대 국회에서 여야가 정치력을 발휘했다면 이 문제가 이렇게까지 비화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 사안을 여기서 논하지 말고 공정거래법을 담당하는 정무위에서 논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부 조건에 의해서만 지분율 50% 이상의 국내외 합작 증손회사의 소유를 허용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여야 정치인들의 시각차도 극명했다. 박완주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ㆍ국무총리까지 나서 외촉법의 통과를 서두르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일자리 창출 효과도 과대포장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왜 일본에서 짓지 않고 일본이 한국에 지으려 하는 것인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참석한 GS 관계자에게 "법 개정이 안 된 상태에서 저지른 것은 사고 치고 와서 결혼시켜달라는 것과 뭐가 다르냐"며 따지기도 했다.
김제남 정의당 의원은 "외촉법 개정은 우회적 탈법행위"라고 단정지은 뒤 "SKㆍGS 혜택법이 될 수 있다"며 개정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반면 이진복 새누리당 의원은 "18대 정무위에서 지주회사의 증손회사 규제완화를 여야가 합의했지만 법사위에서 특정 대기업에 대한 특혜라며 자동 폐기했다"며 "당시 여야가 증손회사 지분율 완화에 합의했는데 이제 와서 야당이 합의하지 못하겠다는 것은 당시 정무위 논의를 전면 부정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상훈 새누리당 의원은 이에 대해 "대기업에 대한 특혜라고 하는데 과연 이 내용이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인의 밥그릇을 빼앗는 업종인가"라며 "다소간의 부작용이 있더라도 과감히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야당 의원이 여당 의원에게 '대통령이 시켜서 하는 것이냐' 등의 발언을 했고 여당 의원이 발끈하면서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다른 기업인은 "2조3,000억원을 투자한다고 해도 이를 대기업 특혜로 보는 정치권의 시각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이번 사업은 중소기업이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정치권이 허송세월하는 동안 이번 투자가 중국 등 다른 나라로 옮겨갈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