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엑스페리먼트

인간을 실험대상 삼은 집단적 광기 섬뜩1971년 미 스탠포드 대학 필립 짐바르도 박사의 지휘아래 '환경조직에 따른 심리변화 실험'이 실시된다. 목적은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있는가, 인간은 극한 환경을 선한 의지로 이겨낼 수 있는 존재인가'라는 인간본성의 물음에 대해 과학적인 답변을 준비하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거대한 가상 감옥이 설치되고 대대적인 신문광고를 통해 참가자를 모집, 2주일 예정으로 심리변화를 관찰했으나 돌발사태가 잇따라 5일 만에 끝나고 말았다. 22일 개봉될 '엑스페리먼트(The Experiment)'(감독 올리버 히르쉬비겔)는 '스탠포드 감옥 시뮬레이션'에 기초한 5일간의 드라마틱한 기록과 미완성으로 남겨진 9일간의 극적 구성을 스크린에 옮긴 독일 영화. 제복과 집단의식이 만들어내는 인간 내면의 광기를 섬뜩하리만치 생생하게 그려냈다. 한 대학 연구소가 2주간의 모의감옥 실험에 참가하면 4천마르크(한화 약 240만원)를 주겠다는 신문광고를 내자 20명의 남자가 모여든다. 이들은 인성검사 등을 거쳐 12명의 죄수와 8명의 간수로 분류된 뒤 역할 게임에 돌입하고 톤 박사와 연구원들은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면밀하게 체크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감옥에 들어온 실험대상자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간수복과 죄수복에 자신의 정체성을 포박당하며 실제 간수와 죄수로 변해간다. 기묘한 양측의 긴장관계가 일촉즉발의 충돌 위기로 치닫지만 톤 박사는 연구성과에만 집착해 일체 개입하지 않으려 한다. 실험 3일째 간수들, 죄수에 대한 우월적 권력행사에 쾌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4일째 폭력상황에 대한 연구진의 경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간수들, 집단적 권력화 의지가 폭발하며 통제 불능으로 치달음, 5일째 죄수 2명이 우울증과 현실감 상실로 입원을 하고 간수 중 첫 이탈자가 발생하고 흥분한 간수 대장의 곤봉에 머리맞은 죄수 절명한다. 실험 110시간만에 살인이 발생한다. '큐브'의 살아 움직이는 미로, '디 아더스'의 흔적만 남기고 사라지는 '누군가'처럼 일반적으로 심리 호러의 공포가 제3의 대상을 겨냥하고 있다면, '엑스페리먼트'의 공포는 인간심리의 가장 깊은 곳을 직접 겨냥한다. 몰모트 대신 건강하고 지극히 정상적인 20명의 남자를 배치해 놓고는 그들을 통해 사람들의 평범한 믿음을 보기좋게 걷어찬다. 그리고 인간은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선행 조건과 상황, 환경에 좌우되는 나약한 존재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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