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전력난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북한 경제가 지난 1989년 정점을 찍은 후 하락하면서 지난 25년간 발전량도 함께 줄어 설비가 현저히 노후한 상태다. 앞으로 남북 경협이 본격화되고 기존 시설 개·보수를 통해 전력공급이 이뤄진다고 해도 경제가 본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원전 등 더 많은 신규 발전설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2013년 221억㎾h인 북한의 전력발전량을 북한 경제가 역성장을 보이기 전인 1989년(292억㎾h) 수준으로 올리려면 71억㎾h의 전력을 더 생산해야 한다. 이는 서울시 전체가 연간 사용하는 양(465억㎾h)의 15.26%에 해당한다. 부족분을 충당하려면 당장 국내 최대 화력발전소인 당진 9호기(100만㎾)의 1.4기 용량의 발전설비(135만㎾)가 필요하다.
북한의 발전설비는 2013년 기준 남한에 비해 설비 용량은 12배, 설비 이용률은 2배, 발전량은 무려 23.4배나 차이가 난다. 원전과 천연가스 발전소는 단 1기도 없고 수력과 화력의 비중이 각각 59%, 41%에 달한다. 화력발전의 경우 선봉화력발전소만 중유발전소이고 나머지는 석탄발전소다.
송배전 설비도 문제가 많다. 주력 발전소인 수력은 원거리 발전이라 송배전 손실이 크고 전압도 낮다. 발전설비도 노후해 수력은 50년 이상 된 기기가 전체의 3분의1에 달한다. 청진·선봉 일대의 화력발전소도 1970년대 완공한 것이다. 나머지 기기들도 잦은 고장과 출력 미달로 말썽이 잦다. 화력발전은 부품과 기술을 러시아와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데 유지·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저열량 탄을 주로 이용하고 있어 발전효율도 낮다.
앞으로 북한 경제가 남북 경협 등으로 다시 활기를 띠면 전력수요도 당연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현대연은 북한의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4%씩 증가하고 인구가 늘어나면 오는 2022년에는 전기 부족량이 150억㎾h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채우기 위해서는 신고리원전(100만㎾) 2.6기에 달하는 264억㎾의 발전설비가 필요하다. 게다가 북한의 송배전 설비의 누전 손실률(16~50%)이 남한(5%)의 최대 10배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신규 원전 한 기를 짓는 비용이 3조원가량인 것을 감안하면 북한에 발전설비를 짓는 데만 수십조원의 자금이 투입돼야 할 것"이라며 "송배전 설비까지 포함하면 금액을 가늠하기조차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