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사진) 한국은행 총재가 "한국이 다른 신흥국과 차별화한 것은 맞지만 안전한 투자처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한국을 취약성이 낮은 나라로 평가했더라도 자만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한은은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2.50%에 동결했다.
13일 한국은행은 김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하고 기준금리를 현행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지난해 5월 0.25%포인트 내린 후 9개월째 제자리를 지켰다. 금통위는 "내수 관련 일부 지표가 일시 부진했으나 수출이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경기가 추세치를 따라 회복세를 지속했다"며 "앞으로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와 일부 신흥경제권의 시장불안 등 해외 위험요인에 유의하면서 통화정책을 운용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 총재는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한국을 '세이프 헤븐(safe heaven)'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다른 신흥국과 여러 면에서 차별화됐다고 인식하지만 모든 면에서 차별화된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며 "어느 금융시장이든 취약성을 갖고 있고 금융위기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정 짓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신흥국 시장의 불안에 대해서는 "시간이 갈수록 불확실성이 줄 것"이라고 했다. 김 총재는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은 예견돼온 일이기에 어느 정도 대처할 능력이 생길 것"이라며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거시경제 안정정책을 취하고 구조적 변화를 노력하면 지금보다 변동성이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총재는 최근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최근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위안화 거래소' 설립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새누리당은 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김 총재는 "우리는 원엔 마켓을 가지고 있다 지속되지 않은 경험이 있다"며 "상대방이 있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인도·브라질·터키가 금리를 올리니까 우리도 올린다고 하는데 금융은 안정이 중요하다"며 "정책금리가 변하지 않는 것은 글로벌 금융상황이 불안해도 우리 경제가 안정적이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기에 매우 중요한 결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