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68이 놓인 시점까지는 팽팽한 형세였다. 그런데 여기서 장쉬의 결정적인 실착이 나오고 말았다. 흑69로 응수한 이 수. “순간적인 실수였다. 끝내기의 손해를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어처구니없는 일을 저질렀다.”(장쉬) 장쉬가 얼핏 생각한 것은 참고도1의 흑1이면 백2, 4로 상당한 손실을 입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생각은 너무도 짧았다. 실전은 백70에서 72로 더 큰 손실을 보고 말았다. 게다가 더 결정적인 약점이 생겼다. 백74라는 무지막지한 수단을 허용하고 만 것이다. 역시 흑69로는 70의 자리에 물러서는 것이 정착이었다. 그랬더라면 백74 같은 무식하면서도 강력한 도발은 방지할 수 있었다. 참고도2의 흑1 이하 5를 보면 그것을 확인할 수 있다. 도발했던 백이 도리어 다 잡히게 되는 것이다. “사토루가 이런 무식한 구상은 평소에 별로 안 하는 사람인데 오늘은 굉장하군요.”(야마다8단) “7번기를 시작하자마자 3연패를 당한 사토루가 아닌가. 약이 바짝 올라 있는데 무식이고 뭐고 눈에 보이는 게 없겠지.”(고마쓰9단) “바둑에 무식이 어디 있어요. 원래 승부란 게 무식하고 야만적인 것이잖아요.”(스즈키 아유미) 하긴 막상 백82까지 되고 나니 흑은 양쪽이 급하다. 상변에서 흘러나온 대마도 미생이고 끊긴 우변의 흑도 사활이 급하게 되었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