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벤처 "런던증시로 가자"

뉴욕증시 깐깐한 회계규정으로 상장 유지비용 부담에

미국의 벤처기업들이 런던 증시에서 기업공개(IPO)를 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런던거래소의 중소기업 대상 시장인 ‘얼터너티브 인베스트먼트 마켓(AIM)’에 상장한 미국 벤처기업은 최근 수년 동안 5개에 불과했으나 지난 한해에 19개나 상장을 했다. 이에 반해 올 1ㆍ4분기에 나스닥에 상장된 벤처기업은 총 10개(IPO 규모 5억4,080만달러)로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로 줄었다. 미국 벤처기업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뉴욕 증시의 경우 엄격한 회계규정을 지키기 위한 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데다 상장 및 상장유지 비용도 런던 증시에 비해 비싸기 때문이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뉴욕 증시의 사베인스 옥슬리법(회계개혁법) 도입으로 기업상장 관련 비용이 급증하면서 미국 벤처기업들이 AIM에 무더기로 상장하고 있다. 2002년에 도입된 사베인스 옥슬리법은 엔론 사태와 같은 회계부정 스캔들을 예방하기 위해 마련됐으나, 내ㆍ외부 회계감사 및 신규 회계시스템 도입 등으로 중소기업들에게 엄청난 경제적 부담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자유기업기금(FEF)에 따르면 사베인스 옥슬리법 준수 비용으로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총 1조4,000억달러(약 1,350조원)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월가 증권사들도 지난 해 회계 관련 지출이 250억달러(약 24조원)로 2002년에 비해 두배 가까이 늘어났다. 미국 벤처기업들이 나스닥을 버리고 런던 상장을 택하는 또 다른 이유는 뉴욕과 런던 증시 상장 관련 비용이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AIM의 자문사인 캔어코드 애덤스에 따르면 사베인스 옥슬리법 도입 이후 나스닥의 IPO 비용은 500만달러(약 48억)에 달하지만 런던 AIM에서 IPO를 할 경우 나스닥의 75% 수준인 380만달러면 충분하다. 또 상장 유지에 필요한 연간 비용이 나스닥은 230만달러인 데 비해 AIM은 90만달러에 불과하다. 캔어코드 애덤스의 닐 존슨 유럽 투자부문 대표는 “AIM에 상장하는 미국 기업은 해마다 상당한 돈을 아낄 수 있다”며 “통상 시가총액 2억5,000만달러 규모의 기업이 나스닥 대신 AIM에 상장하면 25%의 추가 가치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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