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화, 모듈화, 전문화」한국 자동차부품 산업이 나가야할 방향은 이 세단어로 요약된다. 대형화란 원가절감·품질향상·신제품 개발에 필요한 연구개발투자가 가능한 만큼의 회사 규모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모듈화는 완성차업체가 유리·유리모터·문짝을 따로따로 공급받는 것이 아니라 중간 조립업체로부터 부분 완성품을 납품받는 체계다. 전문화는 말 그대로 부품업체 특유의 몇가지 전문분야를 파고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같은 세가지 목표는 「1차 협력업체 수를 줄여야 한다」는 한가지결론에 도달한다. 그래야만 덩치도 커지고, 커진 업체는 모듈화를 하면서 거기서 생긴 여력으로 부품기술 발전을 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97년말에 파악된 1차 협력업체 수는 1,079개(중복계산·삼성 제외)였다. 대형화, 모듈화, 전문화를 꾀했을 때 아무리 여유있게 잡아도 400,500여개가 줄어든 500~600개 업체가 살아남는다는 분석이다.
완성차업계와 부품업계, 그리고 정부측에서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은 『완성차의 2사체제에 맞춰 한 회사당 계열 부품업체수를 300개 이하로 줄여야 한다』며 『이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산업자원부에 보냈다』고 말했다.
현대 정몽구 회장은 『명확하고 투명한 기준에 따라 과감하게 (계열 부품사를) 정리하겠다』며 『이를 위해 외국 컨설팅업체에 평가작업을 맡겼다』고 말했다.
「식구 줄이기」는 우선 소규모 및 단순제품을 생산하거나 전문성이 떨어지는 업체를 2차벤더로 내려보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예를 들어 와이퍼의 경우 블레이드·모터·링키지 등을 각각 다른 회사에서 조달하고 있지만 이중 한 회사만을 1차 협력업체로 남기고 나머지는 그 업체의 하청업체로 만드는 것이다.
부품업체들이 각 지역에서 늘려온 자회사도 단일업체로 통합해야 한다. 현대가 전주공장을 세우자 울산에 있던 우신공업(연료탱크)은 전북 완주에 우신산업을 만들었다. 화선산업(라디에이터 그릴)은 ㈜화선(전북 익산)으로 새끼를 쳤다. 현대 아산공장이 지어질 때 덕양산업(내장재)은 ㈜덕양을, 문화공업(부산소재·몰딩)은 아산기업을 새로 만들었다.
이처럼 곳곳에 쪼개져 있는 작은 것들을 합쳐 큰 하나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대우 김우중(金宇中)회장도 『부품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협력업체의 과감한 구조개혁과 대형화·글로벌 경영체체 구축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삼부정공·동환산업·대기산업·두레에어메탈 등이 최근 자회사를 흡수하고 서울차체·창원기화기 등도 관계사 합병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은 이같은 맥락에서 한발 앞선 내린 결정들이다.
생산품목이 비슷한 업체끼리, 또는 지리적인 잇점을 살리려는 공장 위치별 특성에 따른 기업간 인수·합병(M&A)은 마지막 단계다.
동양기전은 유럽전진기지를 만들기 위해 대우자동차와 함께 폴란드에 세운 공장 지분 51%를 98만달러에 사들였다. 댐퍼풀리 업체인 한국후꼬꾸와 한국심슨은 지난 1월 한국후꼬꾸심슨으로 합쳐졌다. 진영스탠다드는 몸집을 불리기 위해 덕강화학을 아울렀으며 에스제이엠도 풍정산업을 10억원에 샀다.
전문화를 위한 「가지치기」도 핵심이다. 안산에서 텐션로드를 생산하는 금성정밀은 금성공업(사이드프레임) 금성기공(오일레벨게이지) 금성정공(패널)등 경쟁력이 떨어지는 3개 자회사를 정리, 핵심품목에 주력키로 했다.
창원기화기는 같은 기화기 계통인 대성정기를 흡수하는 것이 시너지효과를 거둘수 있고 비용도 절감할수 있어 합병을 검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움직임은 곧 다가올 현대와 대우의 부품조달 구조재편 작업에 앞서 체질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