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기로에 선 부시의 중동정책

"중동 변화 계기"·"미국 고립 자초" 찬반 팽팽

이스라엘-헤즈볼라간 분쟁이 미국에 위기인가 기회인가? 레바논 유혈사태로 이스라엘과 친 이스라엘 입장의 미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분쟁 장기화에 따라 이란의 핵 프로그램 폐쇄와 자유의 확산을 골자로 한 조지 부시 대통령의 중동 정책이 중대한 시험대에 올라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스라엘-헤즈볼라 분쟁이 양측의 후원자인 미국과 이란간의서로 물러설 수 없는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다고 분석하고 종국에는 미국이 아랍세계는 물론 유럽 국가들로 부터도 고립되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반면 부시 행정부 관리들은 이번 분쟁이 종래 되풀이돼온 의미 없는 회담이나종잇장에 불과한 평화 협정의 차원을 넘어서 지속가능한 휴전을 이끄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31일 국제 사회의 즉각적인 휴전 요청은 거부한채 이란과 시리아를 거론하며 비난했다. 그는 이란에 대해 헤즈볼라에 대한 재정 지원 및 무기 공급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시리아에 대해서는 레바논의 주권을 존중하고 테러 지원을 종식해야 한다고경고했다. 그는 레바논 카나 마을 참사로 이스라엘에 대한 비난이 고조되고 있음에도 "레바논과 이스라엘 양쪽에서의 무고한 인명 손실에 애도한다"며 '물타기 발언'에 그쳤다. 미국은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공급을 가속화함으로써 이스라엘이 이번 기회에 헤즈볼라 무장 세력을 형해화하길 바라는 한편, '테러 그룹'인 헤즈볼라를 지원하는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해 전세계가 반대하고 나서길 기대하는 '두마리 토끼'를 노리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주말 라디오 연설을 통해 "지금 중동 상태는 고통스럽고 비극적인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중동의 보다 큰 변화를 위한 기회의 순간"이라고 밝혀이 같은 속내를 드러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러한 친 이스라엘 정책이 아랍 세계내 극단주의자들의 토양을 넓혀줄 뿐만 아니라 아랍 세계의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미국을 적으로 인식시켜줄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또한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같은 아랍내 친미 국가들 마저도 미국에 거리를 두게 만들 것이며, 이러한 '미국과의 거리두기'는 이들 나라의 민주주의 개혁을 위해 미국이 개입할 소지 마저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부시 1기 행정부에서 국무부 정책기획국장을 지낸 리처드 하스는 "현 행정부의 잘못된 중동 정책 때문에 미국이 아랍뿐만 아니라 유럽, 전세계로 부터 소외되고 반미 감정만 부채질 할 것"이라면서 "세상에 지금의 사태가 기회가 된다니 그럼 이라크도 평생에 한번 있을 기회였다는 말이냐"며 반문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가안보담당 부보좌관을 지낸 마라 루드먼은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레바논 사태로 "중동의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더욱 극단적이 될것이며 이스라엘과 미국은 더욱 고립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중동 전문가인 존 알터넌도 "결국 남부 레바논은 폐허가 될 것이고, 재건할 명분을 가지게 된 헤즈볼라는 이란의 자금으로 더욱 강해질 것이며 극단주의가 판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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