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 공기업 선진화 방안 윤곽 비핵심 사업·지분 50%이내등 매각…노조반발 달래기 과제 한전 감원계획은 정부 '인위적 감축 배제' 방침과 달라 주목 '원전설계' 한전기술 지분팔때 재벌건설사 참여 허용할지 관심
입력 2008.09.07 17:56:35수정
2008.09.07 17:56:35
촛불정국의 영향으로 민영화 대상이 대폭 축소되면서 전력ㆍ가스 등 에너지 산업 부문은 민영화 대상에서 제외됐다. ‘민영화=요금인상’이라는 등식으로 연결되면서 국민에게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전력ㆍ가스 부문에 대해 민영화는 하지 않더라도 독과점 체제로 인한 비효율성으로 예산의 과다지출ㆍ부실경영ㆍ불요불급한 사업추진 등 비효율적 경영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강력한 구조조정을 실시해나가기로 했다. 지분매각 역시 50% 이상을 파는 민영화 대신 가능한 많은 공기업을 대상으로 50%를 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매각을 추진해나가기로 했다. 이는 정치ㆍ경제적 환경만 조성되면 언제든지 민영화할 수 있다는 정부의 의지가 드러난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하지만 이 같은 경영효율화, 일부 지분 매각에 대해 노조의 강력한 반발이 있을 것으로 보여 파문이 예상된다.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는 지난 6월10일 합의한 ‘에너지ㆍ자원분야 공기업 민영화 일정’에 따르면 내년까지 전력판매 부문의 시장경쟁체제 도입 등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단행하고 오는 2010년 이후 2개 발전사를 우선 매각한 뒤 추이를 봐가면서 다른 발전사 매각도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전력기술은 올해 안에 상장을 통해 지분 30%를 매각한 뒤 2010년 이후 민영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지역난방공사도 내년까지 지분 49%를 매각한 뒤 시장 상황을 감안해 추가지분 매각을 통한 경영권 이양을 추진하기로 했었다. 한전KPS에 대해서도 내년까지 29%의 지분을 매각한 뒤 경쟁도입 여건에 따라 민영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촛불정국 한 가운데 열린 6월18일 당정협의에서 ‘국민생활에 필수적인 공공기관’은 민영화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함에 따라 재정부와 지경부의 ‘6ㆍ10 합의’는 전면적인 재검토에 들어갔다. 즉 ‘6ㆍ18 당정합의’결과 전력판매 부문의 경쟁체제 도입 등 전력산업 구조개편과 발전사 매각이 사실상 물 건너 갔다. 한국전력기술의 2010년 이후 민영화 추진도 무산됐다.
그러나 정부는 ‘6ㆍ18 당정합의’결과는 존중하면서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에너지 공기업의 지분을 매각해나갈 계획이라는 점을 이번 ‘에너지ㆍ자원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서 명확히 밝혔다. 몇몇 에너지 공기업을 대상으로 경영권을 넘기지 않는 49%까지의 지분매각 계획을 추진하기로 했으며 한전은 전력판매를 발전사에 통합시키는 ‘발전=판매 통합’ 등 전력산업 구조개편과 발전사 매각이 사실상 물 건너 갔지만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재정부는 한전과 발전자회사에 대해 2012년까지 20~25%의 인력감축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지경부는 재정부의 인력감축안은 무리한 수준이라며 10% 감축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전과 발전자회사 인력감축수준은 15% 내외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청와대에서 선진화 계획을 추진하면서 인위적인 인력감축은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이미 밝힌 상태이어서 한전 인력 감축이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전력기술 역시 민영화 일정이 무산됐다. 대신 내년까지 지분 20%를 매각한 뒤 2012년까지 추가로 29%의 지분을 매각하기로 했다. 재정부와 지경부는 49%를 초과하는 지분매각, 즉 민영화는 원전ㆍ화력발전 설계분야의 사적 독점 우려가 있어 원전산업의 경쟁여건 형성 및 기술자립도를 고려해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전력기술 지분은 한전이 98%, 한국원자력연구원이 2%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한국전력기술 지분매각에 있어 재벌 건설사에도 문호를 개방할 것인가도 또 하나의 쟁점이다. 한국전력기술은 우리나라 원전설계분야의 독점기업이기 때문에 이번 지분매각이나 향후 민영화에 재벌 건설사들을 참여시킬 경우 해당 건설사는 ‘원전 설계-건설’분야를 독점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지기 때문이다.
지역난방공사는 6ㆍ10 합의대로 내년까지 49% 지분을 증시에 상장한 뒤 시장여건 개선 등을 감안해 추가지분매각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지역난방공사는 지역난방이 제공되는 총 공급세대의 59%, 매출액 기준 45%를 차지하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역난방 분야에서의 실질적 시장경쟁체제가 수립되기 위해서는 민영화 이전에 지역난방공사의 이 같은 시장지배적 사업자로서의 시장점유율이 낮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지역난방공사 민영화에는 또한 주민부담금 처리를 어떻게 할지도 중요한 사항이다.
지역난방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지분(인천종합에너지 50%, 안산도시개발 51%)은 즉시 매각이 추진된다. 그러나 안산 지역 주민들이 안산도시개발 민영화 반대를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등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있어 정부의 최종결정이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