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 VIP병동에 근무하는 10년차 간호사인 주윤선(30)씨는 최근 한 통의 문자를 받고 뛸 듯이 기뻤다. 문자에는 연말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개원될 예정인 VPS 건강검진센터에 파견 나갈 간호사로 최종 선발됐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주씨는 "평소 질환을 미리 예방하고 건강을 유지시켜주는 건강증진센터에 관심이 많았고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 지원했다"며 "3년간 VIP병동에서 근무하면서 아부다비 환자들을 많이 접하면서 아랍 문화에 대해 이해할 수 있어 자신감도 있었다"고 말했다.
의료한류가 중동권으로 확산되면서 간호사들의 해외파견 근무지로 중동 지역이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 의료관광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동권의 환자 진료 경험을 쌓을 수 있는데다 높은 연봉에 자녀의 국제학교 입학 등 추가적인 혜택도 많기 때문이다.
5일 서울성모병원에 따르면 UAE의 헬스케어그룹인 VPS가 아부다비에 설립할 한국형 건강검진센터에 근무할 간호사 11명을 모집하는데 68명이 지원해 6대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또 지난 8월 서울대병원이 내년 4월 UAE에서 개원될 예정인 셰이크칼리파전문병원(SKSH)에 근무할 간호사 69명을 모집하는 데 200여명이 몰려 3대1에 가까운 경쟁률을 보였다. 삼성서울병원과 길병원도 사우디아라비아에 뇌조직은행과 뇌과학연구센터 등을 설립하기로 하는 등 다른 대형병원들도 중동권 진출을 추진하고 있어 간호사 인력 파견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중동 지역 파견근무가 인기를 끄는 것은 막대한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의료관광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는 아랍권 환자들을 돌보며 국제적인 감각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성모병원의 한 관계자는 "중동 지역의 VIP 환자 등을 접하며 해외근무 경험을 쌓을 수 있고 자녀들을 국제학교에 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기혼자들이 많이 지원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최근 중동권 환자들이 우리나라를 많이 찾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간호 경험은 중요한 커리어로 작용해 몸값을 올릴 수 있다"고 전했다.
높은 연봉 등 부가적인 혜택이 많은 것도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성모병원의 경우 구체적인 액수를 밝히고 있지 않지만 국내에서보다 2배에 가까운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모병원은 주거비와 자녀 교육비까지 지원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국내의 1.5~1.8배에 달하는 연봉을 받는다.
다만 혜택이 큰 만큼 선발조건도 까다롭다.
성모병원의 경우 최소 2~6년의 임상경험이 있어야 하며 기본조건에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해야 하는 항목이 있는 관계로 영어필기와 면접시험을 봤고 아랍어 가능자를 우대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중동 지역 병원의 경우 현지 인력을 관리하는 인력 위주로 파견을 하다 보니 최소 2~3년 이상의 경험자와 영어 실력을 갖춘 정예인력을 보내게 된다"며 "선발조건이 까다롭지만 좋은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기회인 만큼 30~40대 경력 간호사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