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삼성전자 직원들은 올해 창사이래 최대인 3조5,000억원의 순이익을 올릴 것이라는 회사측의 자랑 섞인 설명에도 불구, 오히려 착잡하기만하다.최근 사원교육 과정에서 회사가 전례없이 「헤드헌터」까지 불러, 간부급들을 대상으로 「이 사람을 따라가라」며 은근히 퇴직을 종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건의 발단은 이달 초 실시된 간부급 교육과정. 예전에도 사원에서 부장에 이르기까지 직급·사업부별로 월마다 각각 사내교육을 실시해왔던 터라 간부 사원들은 별다른 생각없이 교육에 임했다.
교육이 거의 끝나갈 무렵 인사팀 관계자와 그 뒤에 낯설은 외부인사가 따라나왔다. 인사팀 관계자는 『이 사람은 OO회사에 있는 헤드헌터』라며 뒷 사람을 소개했다. 관계자는 헤드헌터를 초청한 이유에 대해 『회사는 간부 여러분들이 자신의 가치를 올리는 데 노력하길 바라지만 다른 일을 준비하는 것도 좋은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면서 『정확히는 후자가 더 회사의 바람에 가깝다』며 은근히 자진퇴직 압력을 넣었다.
이 자리에 있었던 김모부장은 『이 말을 듣는 순간 망치로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고 심정을 털어놓았다.
회사는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는듯 헤드헌터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그는 간부들을 대상으로 자기소개서를 쓰는 법, 자신의 가치를 높이 포장하는 법, 이직후 성공한 사례 등 「과잉 친철」을 베푸는 바람에 교육 분위기는 더욱 썰렁해졌다.
과장급을 대상으로 한 또다른 교육과정에서도 헤드헌터가 초청됐는데, 이번에는 회사의 바람이 좀 달랐다. 부장급을 대상으로 했을 때와는 달리 『회사는 후자(다른 일을 준비하는 것)를 더 바란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과장급에 대해서는 아직 회사가 기회를 준다는 암시같은 것이었다.
자연의 순리를 따라 찾아온 겨울보다 자본주의의 냉혹함이 더 무서운 것임을 삼성전자 간부들이 새삼 실감하고 있다.
문주용기자JYMO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