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변을 두다 말고 백52로 달려간 이 돌의 흐름에 대하여 아마추어 유단자들은 의아하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백52로 달려간 데는 야마시타 나름의 깊은 수읽기가 있었다. 부분적으로는 백52로 마땅히 참고도1의 백1에 젖히고 3으로 이어야 한다. 흑이 4로 보강할 때 백도 5로 확실하게 연결해두면 이른바 긴 바둑이다. 그러나 그 다음 순간 흑이 6으로 육박하는 수가 너무도 빛난다. 손을 빼자니 흑이 A로 슬라이딩하는 수가 너무도 통렬하고 그렇다고 후수로 보강하자니 발이 느리다. 야마시타는 여기서 판을 흔들지 않으면 백이 그대로 밀려 버린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실전보의 백52로 달려간 것이었다. 백52에는 깊은 주문이 곁들여 있다. 흑55로 참고도2의 흑1에 받으라는 것. 그것이면 이제야말로 백은 2, 4의 수순을 밟겠다는 것이다. 흑5면 백6으로 잇는 수가 안성맞춤이 된다. 흑이 A로 받으면 백B로 몰아 흑의 울타리에 흠집을 낼 수 있다. 그 주문을 간파한 장쉬는 흑55로 젖혀버렸고 백56 이하 60으로 엄청나게 큰 승부패의 형태가 출현했는데…. “장쉬 명인의 바둑에는 패가 자주 등장하는 것이 특징인데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군요.”(가와구마 리포터) 흑이 가에 끊으면 그야말로 천지대패가 된다. 백이 먼저 따내는 패인데 장쉬가 이 천지대패를 결행할 수 있을까. 노승일ㆍ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