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 이른 STX 구조조정] 외상매출채권 STX조선 발목 잡을까

신규발급 허용 안돼 납품대금 결제 지연
협력사 줄도산 땐 경영정상화 차질 우려

채권단의 실사 결과 계속기업가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STX조선해양 협력사들은 조선해양의 외상매출채권(B2B) 신규 발급이 막히면서 줄도산 위기에 처하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당국이 기존 B2B 담보대출에 대해 올해 말까지 원금 상환을 유예해주기로 했으나 B2B의 신규 발급은 허용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B2B를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온 협력사 입장에서 돈줄이 막힌 셈이다. 협력업체가 납품하는 기자재로 야드에서 배를 건조하는 조선업의 특성상 이들 협력사가 무너지면 STX조선해양의 경영정상화도 심각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17일 금융당국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STX조선해양은 각종 선박용 기자재를 납품하는 협력사에 납품 대금 1,500억원을 결제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납품 대금 결제가 지연되면서 공정에도 차질이 생겨 현재 선박제작을 위한 공정이 거의 중단된 상태다. STX조선은 지난 4월 자율협약 이후 지금까지 6,000억원의 긴급자금을 지원 받았으나 대부분을 회사채 상환에 쓰고 일부는 운영자금으로 모두 소진한 상태다.

유동성 부족으로 채권단의 자금 지원 없이는 살 수 없는 STX조선해양이 협력사의 납품대금을 결제할 수 있는 수단은 B2B가 유일하다. B2B 대출은 구매기업(STX조선)이 판매기업(협력사)의 납품대금에 대해 전자어음인 B2B를 끊어주면 판매기업이 이를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제도다. 예를 들어 협력사 A가 STX조선에 5억원어치를 납품하면 STX조선해양은 매출 채권을 발행해준다. A사는 이 매출채권을 담보로 은행에서 5억원을 빌리고 STX조선은 만기일 전에 대출금을 대신 결제하면 된다.

문제는 STX조선해양이 4월 채권단과 자율협약에 들어가면서 B2B 결제를 하지 못하고 연체 중이라는 점이다. 현행 규정상 B2B 대금을 연체한 구매기업은 협력사에 B2B를 신규로 발급해줄 수 없다. STX조선이 납품대금 1,500억원을 협력사에 결제하지 못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금융감독원은 2009년 B2B결제제도 기본약관을 개정하면서 부도 위험이 있는 구매기업이 무분별하게 B2B를 발행해 협력사에 2차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와 같은 내용을 포함시켰다. 금감원 관계자는 "워크아웃이나 자율협약 등 구조조정 중인 기업은 회생 여부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인데 B2B 결제 연체 이력이 있는 기업에 B2B 발급을 허용해주면 은행의 건전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제도를 고치는 것보다 채권단 차원에서 자금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STX조선의 B2B 신규 발급 불가로 협력사의 B2B 대출까지 막히면서 협력사들의 자금난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돈줄이 마르면서 부도 위기에 몰린 협력사들도 점차 늘고 있다. STX조선의 협력사는 현재 500여개지만 2ㆍ3차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1,400여개로 고용인원만 6만명에 이른다.

STX조선의 고위 관계자는 "선박제작은 레일 위의 기차와 같아서 협력업체의 기자재 납품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전체 공정이 멈출 수밖에 없다"면서 "자금난에 빠진 협력업체들이 무너지면 공정 정상화도 물 건너 가고 STX조선의 회생도 그만큼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