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시중ㆍ지방은행들에게 정기주총 개최시기를 오는 3월 20일 이후로 늦추라고 지시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당국은 철저한 회계감사와 은행장 선출제도 개선을 위한 지도기준 마련 등을 표면적인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은행권에서는 새 정부 출범 이후 관료들의 자리 만들기를 위한 `시간 벌기용`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20일 금융계에 따르면 시중ㆍ지방은행들이 예년보다 보름정도 늦은 다음달 20일부터 28일까지 일제히 정기주총을 갖는다.
우리, 경남, 광주은행이 다음달 20일 주총을 갖는 것을 시작으로
▲국민, 한미, 부산이 21일
▲신한, 제주가 26일
▲조흥, 외환, 하나 28일
▲대구, 전북, 제일 등이 3월 하순께로 각각 주총 일정을 잡았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금융당국이 지난해 은행법 개정으로 종전의 행장추천위원회 제도가 없어짐에 따라 새로운 은행장 선임방식 마련에 들어가면서 은행들에게 주총일정을 다음달 20일 이후로 늦춰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당국의 이 같은 요청으로 당초 3월 초나 중순쯤으로 주총 일정을 조율했던 일부 시중은행들이 주총날짜를 모두 20일 이후로 연기했다. 지방은행인 부산은행도 당초 3월 8일로 주총을 잡았으나 같은 이유로 21일로 늦췄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관례로 볼 때 이번 주총에서도 감사와 일부 은행장 자리에 관료들이 낙하산 인사로 내려올 가능성이 높다”며 “금융당국이 새 정부 출범 이후 관료들의 인사시기와 은행권 주총날짜가 너무 촉박하자 사전조율을 위해 주총을 늦추도록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과거와는 달리 철저한 회계감사를 실시한 후 주총을 개최하는 것이 일반적인데다 현재 은행장 선임방식 개선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이어서 굳이 주총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며 “주총 날짜 조정도 강제적으로 지시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금융감독위원회는 새 은행장 선출방식과 관련해
▲사외이사 또는 대주주 중심으로 하는 방안과
▲사외이사 및 외부 금융전문가, 행내 인사 등을 일정비율로 인선위원회에 참여시키는 방안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다.
<이진우기자 rai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