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만큼 달콤쌉싸름한 방산시장 이야기②

“연봉 3,000 에도 젊은 사람들이 안 와요”


이번엔 상인들의 얘기를 들었다. 대목을 맞아 호황을 누리는 상인들이 시장을 찾는 사람들만큼이나 즐거운 얘기를 들려줄 것 같았다.

<인심은 역시 시장 인심>

“26,500원인데 다 받을 수가 없네요. 24,000원만 주세요.” 계산을 하고 있던 김동한 부장(29)의 목소리다. "요즘엔 하루에 거의 1,500명씩 와요. 그것도 계산기에 찍힌 것만이에요. 구경하는 사람까지 합하면 더 많을 거에요." 영업시간은 어떻게 될까. "평일엔 6시까지 해요. 요즘같이 사람 많을 땐 손님이 없을 때까지 하죠. 일요일엔 쉬고 토요일엔 일찍 닫고요. 토요일은 보통 오후 2-3시까지 합니다."

계산대 옆의 '짤주머니 가져가세요'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짤주머니는 요즘 무료로 제공되는 거구요. 가끔 과자도 드려요. 에누리는 제 기분에 따라서 해드리고요. 하하하."

역시 인심은 시장인심이다.

< 연봉 3,000 에도 사람구하기가 힘든 이유>

손님이 거의 다 빠져나갔다. 어느 새 해가 지고 밖이 깜깜해졌다. 쇼핑몰 ‘청명&청솔’의 직원들과 이성우 사장의 손이 빨라졌다. 이 사장과 마주 앉았다. 뜻밖의 솔직하고 진지한 얘기가 초콜릿맛처럼 달콤쌉싸름했다.

“젊은 사람 구하기가 가장 힘들어요. 재래시장에 취직하려고들 하지 않아요.” 사업하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연봉은, 제가 봤을 땐 많이 줘요. 보통 여기서 전문가도 아닌 중급 정도 되는 직원들이 받는 연봉이 3,000정도 되는 걸로 알아요. 화려하지 않아서 그렇지, 봉급 자체는 어느 중소기업 못지 않은 급여를 받는다고 봐요. 근데 그거 받고 재래시장서 일할 바에야 조금 덜 받아도 좀 편한 데서, 주 5일 하는 데서 일하길 원하죠. 우리 가게는 격주로 5일 해요.”

젊은 직원들이 드물다 보니 재래시장의 개혁과 발전도 어렵다고 이 사장은 하소연한다. “

“손님이 젊은 층이 대부분이어서 나도 젊은 직원들에게 사업적인 자문을 받고 싶은데 그럴만한 직원들이 없어요. 지금 봐도 손님들이 대부분 10대 후반, 20대가 오는데 내가 어떻게 저 친구들 마인드를 따라가겠어요. 여기 시장은 제일 중요한 게 유행을 타야 되요. 젊은 층 마음을 따라서 상품을 진열하고 팔고 하면 이 시장도 발전이 될 텐데 그게 안되니까 재래시장이 자꾸 죽는 거에요. 중부시장, 광장시장은 그 흐름을 안 타는데 우리는 중요하죠. 동대문 시장이 패션의 흐름을 타듯이… (누런 포장지를 들어 보이며) 이런 거는 예전에 안 썼거든요. 다 버렸지. 근데 요즘엔 빈티지라면서 쓰잖아요.”

배달은 아직까지 오토바이로 한다. 바쁠 때는 사장, 부장, 과장 할 것 없이 모두 배달에 나

선다.

< 10%의 성공확률로 40년을 지킨 사장 >

“재래시장엔 대기업과는 다른 차별성이 있어요. 대기업이 안정적인 것에 장기적으로 투자를 한다면 우리 시장상인들은 아주 조그만 가능성에 투자를 해요. 니치마켓(틈새시장)이죠.”

40년 넘게 방산시장에서 가게를 하셨다는 한 포장재가게 사장. 긴 시간 동안 시장을 지킬 수 있었던 방법을 물었다.

“신제품 열 가지를 만들었을 때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은 10%에요. 90%는 다 실패죠. 그런데 보통 제품 한 가지를 만드는 데 2,000만원이 들어가요. 2억을 기준으로 했을 때 1억 8,000은 그냥 날아가는 돈이에요. 나머지 2,000으로 반응이 좋으면 그걸 내년부터 많이 생산해서 두고두고 회수를 하는 거죠.”

<재래시장 상인들의 바람>

재래시장 발전, 골목상권 살리기가 화두인 요즘 재래시장 발전을 위해 정부에 바라는 것은 없을까? 주차 시설 확충이라든지 시장 현대화 지원 같은 대답을 기대하고 물었다.

“우린 바라는 거 없어요. 누구는 도와주고 누구는 안 도와주면 형평성에 안 맞잖아요. 우리를 도와주면 대기업은? 또 식품업계만 도와줄 수가 있나. 철강업계, 전자업계도 있는데”

정부에 바라는 것 조차 없다는 자조적인 목소리다. 40년간 혼자 짊어져야 했던 문제들을 누군가와 나누기 어색한 것이다. 이달 말 출범하는 새 정부가 이들에게 어떠한 새로운 희망을 가져다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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