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전자·통신·건설 등 설계·감리업무 차질/시장개방에 무방비 해외진출은 꿈도 못꿔엔지니어링 시장 개방을 앞두고 국내 엔지니어링 업계에 기술인력이 부족하여 국내 업체들이 시장 개방에 대응하고 세계로 진출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기술인력 확보를 사업 확장의 열쇠로 판단하고 있으나 자체적으로 인력을 양성할 능력이 없어 전문기술인력의 퇴사를 가장 심각한 문제로 우려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원장 윤덕룡) 김지수교수팀은 최근 한국엔지니어링진흥협회(회장 성백전)에 등록된 85개 엔지니어링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엔지니어링산업의 기술인력 수요전망및 공급방안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종업원이 1백인 이상인 기업은 고급 기술자의 비중이 44.6%인데 비해 1백인 이하의 기업은 34.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학위별로 보면 석사 이상의 인력은 종업원 1백인 이상의 기업이 24.6%인데 비해 1백인 이하의 기업은 12.2%로 절반 수준이다.
자격증별로 보면 기술사가 가장 부족하고 다음으로 기사 1급, 기사 2급 순으로 나타났다. 기술사는 종업원 1백인 이상의 기업과 이하인 기업이 각각 8.8%, 7.9%로 크게 부족한 것으로 지적됐다.
자격증을 부문별로 보면 기술사, 기사(1·2급) 모두 전기·전자·통신정보·건설·기계·응용이학 분야에서 상당히 부족하다.
실제로 자격증을 가진 전문인력은 전체적인 공급이 부족하여 개인의 업무능력보다 기업의 사업자격요건을 갖추는 제도적인 이유때문에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종업원 1백인 이하의 기업은 등록신고 요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1백인 이상의 기업은 입찰 조건을 갖추기 위해 자격증을 가진 전문인력을 두고 있다는 것.
업무별로 보면 감리 인력이 가장 부족하고 상세설계·기본설계 인력도 상당히 부족하다. 해외 인력 고용에 대해서는 구매 조달과 감리 부문에 대해 고용의사를 보일 뿐 상세설계·기본설계 등의 인력에 대해서는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상세설계·기본설계 인력은 굳이 해외 인력을 고용하지 않더라도 해결할 수 있는 반면 구매 조달·감리 부문은 자질있는 전문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두고 있는 기술 인력의 질적 수준에 대해서는 외국어 능력과 사업관리능력 부족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느끼고 있으며 신기술 습득 능력과 컴퓨터 지식에 대해서도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시장 개척에 대해서는 현재 진출한 기업은 7%에 불과하고 35% 정도가 당분간 진출계획이 없다고 응답했으며 국제 감각을 갖춘 전문인력 특히 구매 조달과 프로젝트 관리 등 기술영업 인력 부족이 해외 진출의 어려움으로 지적됐다. 이같은 현상은 엔지니어링에 대한 인식이 전반적으로 부족한데다 엔지니어링산업은 이론보다 실무능력이 중요한데 국내 대학은 이론 위주의 교육을 실시하고 관련 자격제도도 이론에 치우치기 때문이다.
또 대부분의 기업들이 자체적인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갖추지 못하고 세미나 참석·연수·위탁교육 등 단기적인 재교육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엔지니어링 업계는 국내 엔지니어링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으로 ▲입찰제도 정비 ▲설계 자동화 투자 ▲선진기술 획득 ▲법·제도 보완 등을 꼽았다.
기술 수준에 대해서는 선박·건설·통신정보·해양수산 등에서 세계 수준과 비슷하고 기계·화학·환경·산업관리·응용이학 등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허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