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방어를 둘러싼 중동 주요 산유국들 간의 마찰도 중동 정세를 한층 꼬이게 하는 요인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중동 산유국을 비롯한 주요 회원국들의 장관급 회의를 오는 27일 열 예정이지만 유가하락을 막기 위한 감산 합의는 난망이라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합의 실패시 OPEC의 영향력 감소로 주축인 중동 내 정치역학에도 격변이 예상된다.
25일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유가 방어를 지지하는 이란의 비잔 남다르 잔게네흐 석유장관이 27일 OPEC 석유장관회의 기간 중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접촉해 감산을 설득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우디는 감산에 대해 여전히 입을 닫고 있다. 이에 앞서 블룸버그통신도 최근 OPEC의 감산 결정 여부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은 결과 의견이 정확히 반반으로 갈려 감산합의 가능성이 불투명하다고 지난주 말 보도했다.
OPEC의 감산합의 불발시 여파는 중동 산유국들의 외교정치력 쇠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저유가 시대에 OPEC이 힘을 잃어 장기적으로는 OPEC 해체와 중동질서 개편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에너지수입원의 상당량을 중동에 의존해온 미국이 최근에는 석유시장에서 강한 입김을 내고 있다. 주요 외신들은 미국이 OPEC 회원국들로부터 수입하는 원유 비중이 최근 40%까지 떨어져 1985년 4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감산합의가 이뤄져도 효과가 제대로 날지는 알 수 없다. 컨설팅 업체 나비타스의 톰 제임스는 "감산 결정도 유가를 배럴당 90달러까지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