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고용」 법령만 20개”/10대그룹 여신관리제로 비은행기관만 배불려/전문인력 보유해도 「진입제한」묶여 무용지물/상호출자금지 외국인 적대적 M&A에 무방비정부의 규제완화에 대한 기업들의 체감지수는 여전히 기대이하다.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규제완화는 본질적인 정책적 규제완화 보다는 절차나 서류간소화 등 형식에 그쳤기 때문이다. 전경련이 내놓은 「1백대 핵심규제완화 과제」는 이같은 규제완화 실태를 반영하고 있다. 전경련은 이들 1백대 과제를 재계의 요망사항으로 관계당국에 건의할 방침이다. 보고서에 나타난 규제완화 실태를 요약해 본다. <편집자주>
1백대 핵심규제완화 과제는 정부의 각종 규제를 금융, 해외투자 및 통상, 인력, 경쟁촉진 및 공정거래, 토지 등 5개부문에서 각 20여건으로 간추렸다.
이들 과제는 지난 4월말 30대그룹의 기조실장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5개 분야별로 각 2회씩 모두 10회에 걸쳐 구체적 사례를 중심으로 현황과 문제점을 파악하고 또 선진국의 사례를 비교·검토해 개선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전경련은 ▲시장경제체제 강화에 반하는 규제 ▲국제규범에 부합되지 않는 규제 ▲외국에는 없고 우리나라에만 있는 규제 ▲규제의 현실적합성을 잃었거나 기업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저해하는 규제 등을 선정기준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주요 핵심과제를 살펴보면 금융부문의 경우 여신편중을 막고 금융자산의 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한 각종 규제가 이미 강화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10대 계열기업군의 여신한도 관리제를 시행함으로써 중복규제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제도는 은행대출중 30대 그룹의 비중이 하락하는 등 은행권의 편중여신 완화에는 기여했으나 은행대출의 제약을 받는 계열기업군이 비은행금융기관을 통해 자금수요를 충당함으로써 비은행금융산업의 고도성장을 가져와 은행산업과 비은행산업간의 불균형 발전을 초래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에따라 정책의 실효성이 낮으면서도 중복규제로 작용하고 있는 여신관리제도는 마땅히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보고서는 또 택지 또는 공장용지로 쓸 수 있는 가용토지는 전국토의 4.7% 수준에 불과한데도 토지거래허가 및 신고지역이 전국토의 70%에 달해 기업 등 실수요자에게 토지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설계사, 감리사 등 전문인력을 자체보유하고 있는 건설회사라도 건설용역업진입규제 때문에 보유인력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으며 건설, 유통 등 업종의 특성상 장애인 고용이 어려운 업종에도 장애인의무고용제도가 적용되는 등 기업의 의무고용을 강제하는 규제가 총 20개법령, 27개 종류에 달한다.
경쟁촉진 및 공정거래 부문에서는 규제가 성역시되는 등 발상의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아 규제완화의 사각지대로 남아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81년부터 지속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규모기업집단 지정제도가 좋은 예. 이 제도는 WTO체제 출범과 시장개방 등의 환경변화로 다국적 기업과의 경쟁에서 우리기업의 경쟁력을 저해시키는 제도라는 지적이다. 또 업종전문화 또는 계열회사간 출자 및 사업다각화의 결정은 기업이 스스로 판단해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이에따라 대규모기업집단 지정제도는 폐지되거나 설사 지속하더라도 일본의 사례와 같이 기업별로 일정규모 이상의 대기업에 대해 규율하는 방식으로 개편돼야 한다고 보고서는 주장하고 있다.
이들 외에 상호출자금지제도도 완화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기업 그룹사간 주식취득 등을 제한하는 것은 자본자유화가 진전되면서 외국인의 적대적 국내기업 인수 등 적대적 M&A(기업 인수합병)로부터 경영권을 보호할 수가 없게 될 뿐 아니라 기업활동도 크게 위축되는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
따라서 자본시장개방 등을 감안할 때 어느정도의 상호주 보유는 허용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주식시장이 발달하면 상호출자의 허용은 경영권 보호를 통한 증자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정리=민병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