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의 단기급등에 대한 경계심리가 확산되면서, 주가 하락시 차익을 노리는 대차거래가 급증하고 있다. 대차거래는 기관들간 주식을 빌려주는 것으로, 종목ㆍ시장간 가격차이를 이용해 무위험 차익을 얻기 위한 거래다.
17일 증권예탁원에 따르면 16일 현재 대차거래의 미상환 잔량은 6,325만주로 지수가 상승국면에 접어든 지난 3월에 비해 33.6%, 전년 6월말에 비해서는 6배 이상 늘어났다. 특히 코스닥시장을 대상으로 한 대차거래는 3월 225만주에서 669만812주로 증가했다. 이처럼 주식을 빌려 팔려는 투자자가 늘고 있는 것은 급등에 따른 경계심리가 증시 주변에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KODEX200과 시가총액 상위종목에 집중된 거래소시장과 달리 코스닥시장은 거래가 급증하며 대차거래 종목도 다양해졌다. 종목수가 지난 3월 10개에서 57개로 대폭 늘어났다. 3월 코스닥시장 대차거래 대상 종목은 일반법인에 의해 100만주의 물량이 대차거래된 비티씨정보를 제외하고는 국민카드ㆍ휴맥스ㆍKTFㆍLG텔레콤 등 주로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대차거래 대상이었지만, 최근 엑세스텔레콤ㆍ아이엠아이티ㆍ벤트리ㆍ유니텍전자ㆍ한국토지신탁ㆍ파라다이스ㆍYTN 등 개별종목으로 대차거래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인터넷주ㆍ창투주의 대표주자인 NHN과 한국기술투자 등이 대차거래 인기종목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대차거래가 급증하는 것은 시장이 저점에서 60%% 가까이 오르자 `오를 만큼 올랐다`란 경계심리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기관과 외국인 지분이 높은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중심으로 대차거래를 통해 상승기에 주식을 팔아 펀드나 포트폴리오의 변화 없이 시세차익을 얻겠다는 전략이다.
또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주식전환이후 변경등록예정일 이전 미리 물량을 털기 위한 방법으로도 대차거래가 급증하고 있다. 6월30일 35억원 규모의 해외CB를 발행한 아이엠아이티의 경우 오는 27일 주식전환을 앞두고 100만주가 대차거래됐다. 주식을 빌린 투자자들은 홍콩 소재 외국인으로 주가가 오를 경우 미리 팔고, 27일 CB를 주식으로 전환해 되 갚는 방식으로 단기 시세차익을 거두려는 속셈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지난달 우영은 27회 해외CB의 전환청구가 잇따르며 변경등록이전 주식을 팔기 위한 대차거래가 급증했었다. 지난달 말 우영의 대차거래 미상환 잔고는 198만주까지 늘었다.
이 밖에 유상증자를 앞두고 증자에 참여한 기관의 대차거래도 눈에 띈다. 벤트리의 경우 6월12일 850만주의 유상증자 발표이후 75만주의 대차거래가 발생했다. 민상일 한화증권 투자전략가는 “CBㆍBW가 변경등록된 후 매물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상은 전환청구 이후부터 대차거래를 통해 매물이 계속 쏟아진다”며 “갑자기 대차거래가 활발한 종목에 대해서는 주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수기자 hs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