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출범한 새 그리스 정부가 지금껏 주장해온 대외채무 탕감 대신 채무 스와프, 즉 기존 채무를 새로운 형태의 국채로 교환하는 방안을 새로 제안했다.
채무 재협상에 대한 지지를 얻기 위해 유럽을 순방 중인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신임 재무장관은 2일(현지시간) 영국을 방문해 "더 이상 대외채무 탕감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 같은 구상을 내놓았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이날 보도했다. 지난달 25일 총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두며 정권을 잡은 급진좌파연합 시리자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신임 총리는 선거기간 중 유럽연합(EU)·유럽중앙은행(ECB)·국제통화기금(IMF) 등 이른바 트로이카 대외채권단과의 채무 재조정 협상에 나서겠다고 천명해왔다.
채무협상과 관련해 전권을 쥐고 있는 바루파키스 장관이 새롭게 내놓은 제안은 두 가지다. 우선 지난해 말 현재 3,170억유로(약 395조원)에 달하는 그리스 채무액의 61.4%를 차지하는 EU 몫(1,948억유로)을 그리스 명목 경제성장률 연동채권과 맞교환하고 ECB 보유채권 260억유로(8.2%)는 원금상환 없이 이자만 영구히 지급하는 영구채와 바꾸자는 것이다.
그는 이 방식이 헤어컷(채무감축)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독일을 설득할 "현명한 채무공학"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그리스를 개혁할 수 있도록 재정적 여유를 주지 않으면 그리스는 숨이 막혀 기형적인 모습이 되고 만다"고 말했다.
바루파키스 장관은 이에 앞서 20여명의 영국 금융시장 관계자와 가진 회의에서도 이 같은 구상을 밝히며 "IMF 및 민간 분야 채무는 손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그리스 정부의 새로운 제안에 대해 독일 등 핵심 협상주체들의 공식 입장은 나오지 않고 있다.
바루파키스 장관의 이날 제안은 조지 오즈번 영국 재무장관과의 회동 직후 나왔다. 오즈번 장관은 이 자리에서 "그리스 구제금융 재협상은 책임의식 아래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스 정부가 주장하는 '채권단과의 재협상'에 대해 지난 1일 프랑스에 이어 영국 정부도 '우회적'으로 그리스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이와 함께 외신은 청색 셔츠에 가죽재킷 차림으로 영국 다우닝스트리트(총리관저 및 정부 건물이 밀집한 곳)에 나타난 바루파키스 장관을 정장 차림의 오즈번 장관과 비교하며 그의 파격 행보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허핑턴포스트는 이코노미석에 앉아 영국으로 향하는 바루파키스 장관의 사진이 트위터에 올라왔다고 전하며 "자신의 보스인 치프라스 총리를 만날 때는 1,300㏄ 야마하 오토바이를 탔고 온 인물"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