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소비세 추가 인상을 전격 연기하고 중의원 해산을 결정하면서 아베노믹스의 선봉장인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와의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구로다 총재는 지난 19일 이틀간의 일본은행 통화정책회의를 마친 후 연 기자회견에서 증세 연기에 따른 국가재정의 신뢰성 문제가 제기되자 "중앙은행이 아닌 정부와 의회의 책임"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시라카와 히로마치 크레디트스위스그룹 이코노미스트는 구로다 총재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며 전략수정을 시사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구로다 총재는 지난달 말 본원통화 공급량을 최대 20조엔 확대(60조~70조엔→80조엔)하는 내용의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을 발표했다. 아베 총리가 경기침체 부담을 덜고 2차 증세에 나설 수 있도록 선제 대응한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구로다 총재의 협력에도 불구하고 내년 10월로 예정됐던 2차 증세시기를 1년6개월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중앙은행이 적극적으로 '멍석'을 깔아줬음에도 아베 총리가 여론과 경기악화를 우려해 증세를 미루면서 구로다 총재로서는 체면을 구긴 셈이 됐다. 일본은행 출신인 아다치 마사미치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이 같은 구로다의 처지에 대해 "입지를 잃었다"고 평가했다. 시라카와 이코노미스트는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가 아예 "아베 총리가 소비세 인상을 미루면서 적(구로다 총재)을 만들었다"는 극단적인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은 일본은행의 행보를 볼 때 구로다 총재가 아베 총리에게 정면으로 반기를 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