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꽃 그림 안에 인간군상의 삶을 그리는 인기 화가 황주리(53)가 강남 신사동 갤러리현대 강남점에서 2년만의 개인전을 열고 있다. 미공개 구작과 신작 등 총 60여 작품이 관람객을 맞는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그림보다 ‘의자’와 먼저 만나게 된다. 앞서 작가는 평생을 모은 안경과 돌 등에 그림을 그려 전시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의자’에 그림을 그렸다. 국적도 제작 시기도 제각각인 의자지만 어린이용 나무의자라는 큰 틀에서 닮은 면도 있다. 같은 책걸상에서 공부했으나 지금은 각자의 인생을 사는 우리네를 은유하는 듯, 작품 제목은 ‘의자에 관한 명상’이다. 작가는 “작품이라기 보다는 나를 둘러싼 물건에 흔적을 남겨보자는 차원에서 그림을 그렸는데, 화집이 귀하던 어린 시절에 일본서 들여온 ‘반고흐 작품집’에서 본 의자와 해바라기의 강렬한 인상이 자연스럽게 연결된 것 같다”고 말했다.
고흐의 해바라기에서 받은 무의식적 영감이 해바라기꽃 안에 사람들을 그리게 했다면, “여행을 좋아하는 이미지 수집가”의 습성은 사진과 그림을 결합한 신작을 탄생하게 이끌었다.
러시아 모스크바의 놀이터에서 찍은 시소, 항아리가 벽에 박힌 에스토니아의 담벼락, 실크로드의 명사산, 노란 벽화가 그려진 초등학교의 수돗가와 비에 젖은 계단… 작가는 쉽게 지나칠 일상의 풍경을 사진으로 찍었고 그 사진을 인화한 캔버스에 그림을 그려 신작을 내놓았다. 스쳐갔을 풍경은 그릇이 됐고 화가는 그 안에 삶을 그렸다.
해바라기나 선인장 같은 식물의 프레임 속에 사람 사는 모습을 담은 ‘식물학’ 연작은 좀 더 화려해 졌다. “의자든 꽃이든 풍경이든 모든 것은 피고지는 삶의 순환을 위한 것들이고 근간에는 휴머니티가 흐르고 있다”는 이유에서 전시제목은 ‘꽃보다 사람’이라고 붙였다.
전시는 7월11일까지 열린다. (02)519-0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