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 의욕 꺾으면 세수도 경제도 다 놓친다

내년 세수에 법인세 비상등이 켜졌다.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얻은 수입에 부과되는 법인세 신고액이 올해보다 1.4% 감소한 33조1,922억원에 그칠 것이라는 추산이 나왔다. 이자·배당 등 금융수입에 대한 원천징수액까지 합쳐도 0.1% 늘어나는 데 그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 또한 함께 제시됐다. 가뜩이나 세수부족이 심각한데 법인세마저 이 모양이니 내년 나라 살림살이가 어찌될지 걱정이다.

경기악화로 법인세가 줄어든다면 이해가 되지만 현상황은 그게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예상한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은 3.8%로 올해보다 0.7%포인트 높다. 그간의 침체를 벗고 완만한 회복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당연히 장사도 잘되고 세금도 많이 걷혀야 정상이다. 그럼에도 법인세 신고액이 줄어든다는 것은 기업이 적극적으로 활동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정부가 자초한 면이 적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부당 하도급에 따른 손해액의 3배를 물리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적용 대상을 확대했고 국세청도 지하경제 양성화로 내년에만 4조6,000억원을 걷겠다고 나섰다. "기업 옥죄는 경제민주화는 해악"이라고 박근혜 대통령이 지적한 후 일주일도 안 돼 나온 것들이다. 국회에서는 법인세 인상까지 거론하고 있다. 한쪽에서 규제완화를 외쳐도 다른 쪽에서 몽둥이를 들고 설치니 어느 장단에 춤출지 판단하기 어렵다.

기업에 족쇄를 채워놓고 경제가 펴지기를 바란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30대그룹의 올해 3·4분기 누적 투자액이 1년 전보다 5.1% 줄었다거나 회사 금고에 갈수록 돈이 넘쳐난다는 소식이 이를 증명한다. 이대로라면 정부가 예측한 내년 성장률 3.9% 달성과 경기회복을 통한 세수증대 노력은 물거품으로 끝나버릴지 모른다. 박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한 복지확대 등 공약이행도 어려울 수 있다.

경제는 심리라고 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주변여건 개선에 정부와 정치권의 경제 살리기 의지까지 보태진다면 투자를 망설일 이유도, 수입이 늘어나지 않을 까닭도 없다. 세수증가라는 부산물도 얻을 수 있다. 확실한 신호가 필요하다. 법인세 인하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그 의지를 보여달라는 다른 표현이다. 세수확대와 경제활성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쉬운 방법이 있는데 굳이 어려운 길로 돌아갈 필요가 있겠는가.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