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수업 과정서 지도력 인정 발탁/한라 정몽원 회장 올 첫 승계기록/롯데 신동빈·풍산 유진 후계구도 굳혀「차남은 경영을 잘한다(?).」 최근 재계총수의 차남들이 잇달아 그룹회장직을 승계, 차남 전성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바야흐로 능력있는 차남이 장남의 기득권(?)을 위협하거나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해외의 한 연구저서가 이같은 경쟁력 강한 차남에 대해 심리적,역사적 설명을 제시해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국 MIT대 프랭크 셀로웨이 연구원은 최근 「반항자로 태어나다(원제 Born to Rebel)」라는 저서에서 『형제간의 서열로 볼때 대체적으로 장남은 권위주의적이고 체제순응적인 반면 차남은 모험적이며 혁신적이다』고 주장한 것.
○…지난해말 정인영 한라그룹명예회장의 둘째아들인 정몽원 그룹부회장이 회장직을 승계, 올해 1호 차남총수로 기록됐다. 이어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둘째인 신동빈 부회장이 장남을 제치고 승진과 함께 본격적인 대권받기에 들어갔고 풍산그룹 유찬우 회장의 둘째인 유진 (주)풍산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 차남출신 대권 후보자의 수를 불려갔다. 신부회장은 오래전부터 롯데그룹의 후계자로 거론되다가 이번 인사에서 예상보다 일찍 후계작업에 들어갔다.
○…이들이 차남으로 대권에 오른 1세대는 아니다. 이미 김석준 쌍룡, 박정구 금호, 박용오 두산, 김현배 삼미, 장진호 진로그룹회장 등이 모두 차남이다. 또 정몽구 현대그룹회장은 실질적인 장남역할을 하고 있지만 장남이 타계하기전인 40여세전까지만해도 둘째였다. 차남경영학은 상당한 전통을 갖고 있는 셈이다.
이밖에 희성그룹의 구본릉 회장, 김택기 동부화재사장, 강원산업의 정도원 부회장, 태광그룹의 이호진 태광산업사장, 임성욱 세원그룹부회장등도 차남군에 속한다.
○…차남들의 경영능력은 어느 정도인가. 최근 그룹대권을 승계한 차남총수들을 평가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중 김석준 쌍용회장은 선수경영과 현장경영으로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다. 박용오 두산회장도 지난해 총수직을 승계한후 불과 3개월만에 그룹을 안정화시키는데 성공, 차남경영학의 성과를 확인시키고 있다. 차남경영학의 실체는 우리나라 경제발전을 이끌던 역대 재계총수들의 면면을 보면 더욱 확연하다.
현대그룹을 창업한 정주영 현대명예회장의 동생인 정인영 한라그룹창업주(명예회장), 최종현 선경회장, 조중훈 한진회장, 김종희 한화그룹창업주, 이재준 대림그룹창업주, 김두식 삼미그룹창업주 등이 진정한 의미의 차남경영인 1세대다.
○…하지만 이들 차남총수가 아버지로부터 후계자리를 얻기까지 그 경영수업과정은 결코 간단치는 않았다. 이들은 보통 ▲경영수업과정에서 발휘하는 경영역량 ▲임직원과 외부여건과의 친화력 ▲부자간의 신뢰정도 등에서 특별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이밖에 가족관계자체도 주요한 요인이 된다. 한라의 정몽원 회장의 경우 그가 만도기계를 맡았을때 적시에 에어컨사업을 벌여 사업수완을 인정받았고 모든 임직원들에게 귀를 열어놓는 개방적인 인맥관리가 부친의 눈에 쏙들었다. 특히 원만한 가족관계는 정 명예회장의 총애를 더욱 두텁게 했다. 또 서울대영문과, 미다트머스대(경영학 석사)를 졸업한 풍산의 유진사장은 영어는 물론 일어·불어구사에 능통, 국제감각 및 합리적인 사고와 뛰어난 포용력으로 임직원들로부터 인기가 높아 그룹을 이끌기에 모자람이 없다는 평가다.<문주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