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비자에겐 값을 올리고, 미국 소비자에겐 파격적으로 할인하고’ 현대차가 지난 1일 원자재 가격상승 부담을 이유로 내수용 자동차 전체 모델의 가격을 일제히 인상했지만 같은 날 미국 시장에서는 모델별로 10~15%까지 파격적으로 할인하는 마케팅을 펼치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연초 제네시스에 대해 내수용 및 수출용 가격 차별화 정책으로 촉발된 이중 가격 논란이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의 미국 판매법인(HMA)은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1일부터 9월2일까지 아반떼, 소나타, 그랜저, 아반떼 모델을 구입하는 고객에게 차 값의 일부를 되돌려 주는 ‘캐쉬 백’ 이벤트를 벌인다고 공고했다. 문제는 이 ‘캐쉬 백’ 규모가 국내에서 시행하는 수십만원 안팎의 유류비 지원 수준을 넘어서는 파격적인 할인에 해당한다는 점. 현대차 미국법인은 2008년형 액센트 구매 고객에게는 미화 1,000달러, 2009년형 소나타의 경우 2,000달러, 2008년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와 싼타페는 각각 1,500달러, 3,500달러씩 할인해 주고 있다. 2008년형 그랜저(현지명 아제라)는 2,500달러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소나타 GLS 모델의 풀옵션 가격은 2만달러 안팎이다. 또 싼타페 GLS모델의 현지 가격 역시 풀옵션 기준으로 2만9,000달러 수준. 결국 이번 이벤트를 통해 차 가격을 10%에서 15%까지 할인해 주고 있는 셈이다. 현대차는 이와 관련 “미국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일시적인 마케팅일 뿐”이라는 설명이지만 미국 만큼 악화된 국내 시장에서 현대차는 지난 1일자로 평균 1.9% 차량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하지만 내수침체,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 등 미국이나 국내 모두 유사한 환경에 노출됐으면서도 결과적으로 ‘한국시장은 고마진 정책, 미국시장은 박리다매’라는 이중적인 자세를 취하는 양상이다. 현대차의 이 같은 이중적인 가격 정책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프리미엄 세단인 제네시스 출시 때도 1,000만원 넘는 국내외 가격 격차 때문에 국내 소비자들의 원성을 산 바 있다. 가뜩이나 현대차의 내수 가격이 미국 시장에 비해 턱없이 비싸다는 인식이 확산된 상황에서 미국에서는 수백만원에 달하는 할인 이벤트까지 벌이자 ‘현대차 역수입’을 전문으로 하는 인터넷 사이트 등에는 고객들의 문의가 더욱 빗발치고 있다. 역수입 사이트의 한 관계자는 “그렌저를 예로 들면 3,300cc 모델의 가격 차이가 이번 할인 이벤트로 대략 1,400만원 이상 미국 판매가가 싸다”며 “한 푼이라도 구입 가격을 줄이려는 고객들이 역수입에 관심을 갖을 수 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