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검은돈’의 유통경로로 지목돼 2004년 폐지된 지구당 제도가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2월 제안한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에서 지구당 제도의 필요성을 지적한 데 이어 강원택 서울대 교수 등 학계에서도 “지역 정치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4일 정치자금법에 관한 공청회를 열고 지구당제도 부활과 출판기념회 존치 여부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진술인들은 한목소리로 지구당 제도 부활에 찬성했다.
강 서울대 교수는 “문제가 있다고 해서 지구당 제도를 폐지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하위 단위에서의 정치적 결집이 이뤄지지 않고 않아 영·호남에 기반을 둔 지역주의가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등은 지구도 폐지 이후 각각 당원협의회, 지역위원회 등의 명칭으로 지역 조직을 관리하고 있지만 원외위원장의 경우 사무소 설치 불가, 유급 사무직원 금지 등의 규제로 인해 차기 선거에 나설 때마다 조직 구성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현역 의원은 지역사무소를 두고 상시적 선거운동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형평성 보완을 위해서라도 지구당 제도의 부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윤석근 중앙선관위 선거정책실장은 “검은돈의 대명사였던 지구당이란 이름 대신 구·시·군 당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옳다”며 “지구당 제도에서 드러났던 정치자금의 투명성 문제를 강화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보안책 마련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국회의원의 음성적 정치자금 조달창구로 활용됐던 출판기념회를 법적으로 제한하면 안 된다는 의견도 터져 나왔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12월 정치혁신 차원에서 출판기념회 금지법안을 당론으로 정하며 출판기념회 금지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출판의 자유가 헌법에서 보장되고 있다는 점에서 법으로 출판기념회를 금지하는 것은 헌법 정신 위반”이라며 “대신 출판기념회 수입과 지출에 대한 내역을 선관위에 신고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은 출판기념회 수입 내역을 선관위 신고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윤 선관위 선거정책실장도 “출판기념회에서 정가로 판매되는 행위는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같이했다.
또 전문가들은 국회의원 후원금 한도 액을 늘려야 한다는 데에 입을 모았다.
윤 선관위 선거정책 실장은 2004년 이후 변동이 없는 국회의원 후원금 모금 한도를 물가상승률을 감안 해 현행 1억 5,000만 원에서 2억 원으로 상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여야 의원들 일부에서 “국민 정서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었다. 김상훈 새누리당 의원은 “지금 국회가 신뢰받지 못한 상태에서 한도액을 올리는 것은 힘들지 않겠느냐”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