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달러·초엔저시대, 전문가에게 묻다] <1> 윤창현 금융연구원장

"최중경 트라우마 벗어나 외환시장 적극 대응해야"


다른나라 비판 받을 수 있지만 주력 산업 '엔저 타격'이 더 커

다양한 방법 총동원할 필요

내년 경제상황 더 나빠지면 정부 재정 추가로 풀어야

가계부채 리스크 전이 없겠지만 저소득층 지원 대책 확대를


미국이 달러 수도꼭지를 잠금과 동시에 일본이 추가로 엔화 꼭지를 돌리면서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이른바 '슈퍼달러, 초엔저시대'의 개막이다. 혼돈 속에서 분명한 점은 우리와 일본의 통화정책의 차이로 원·엔 환율이 수직 하락할 것이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가뜩이나 기업들이 휘청이는 가운데 추가 엔저는 우리 수출에 직격탄을 날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정부의 노력에도 경제주체들의 심리는 오히려 위축돼 내부에서 돌파구를 찾기도 쉽지 않다. 서울경제신문은 국내 대표 경제연구원장, 경제학회장 등으로부터 대한민국호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들어본다. [편집자주]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 원장은 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추가양적 완화로 '아베노믹스 챕터 2'가 시작됐다"며 엔저로 우리 기업의 타격이 우려되므로 당국이 지난 2004년 최중경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중경 당시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은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하락(원화 가치 상승)하자 환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현물시장 개입을 넘어 역외선물환(NDF)시장에까지 손을 댔다. 국제금융계에서 정부가 현물시장에는 개입하지만 NDF에 개입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

NDF에서 당국이 달러를 사들이면 현물시장에서도 달러 가치는 상승하고 자연히 환율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정부의 개입 강도보다 원화 가치 상승세가 워낙 커 환율은 오히려 떨어졌고 결국 정부는 1조8,000억원의 손실을 봤다. 당시 심상정 민주노동당위원은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에서 NDF 개입 사실을 공개해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윤 원장은 "그때 이후로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행동해도 본인만 다친다고 느껴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원·엔 환율 장기 평균이 100엔당 1,000원인데 지금은 이보다 낮다"며 "안 그래도 경영 환경이 악화된 기업들이 더 힘들어질 수 있으므로 정부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환율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그는 "외환시장에 개입하면 다른 나라로부터 비판을 받을 수 있겠지만 이보다는 엔저로 인한 우리 조선·해운·석유화학·철강 업계의 타격이 더 크다"고 우려했다. 우리나라는 원·엔 직거래시장이 없어 환율 하락에 대한 대응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구두개입·환시개입 등의 다양한 방법을 총동원해 적극적으로 엔저 쇼크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 원장은 한국 경제 전반에 대해서는 "일본을 미워하며 닮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역사적 사건들로 일본에 대해 악감정을 갖고 있지만 저성장, 저물가, 인구 고령화 등이 일본과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는 이야기다. 다만 그는 우리가 일본식 경제충격을 받을 가능성은 낮게 봤다. 일본은 버블이 한꺼번에 꺼지면서 경제 전반이 타격을 입었지만 우리는 일본만큼 거품이 심하지 않고 일본이라는 반면교사 대상이 있다는 것이다.

윤 원장은 올해와 내년 경제상황을 내다봤을 때 경기가 더 나빠진다면 정부가 추가로 재정을 풀어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우리 정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30% 정도로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조금 여유가 있으므로 재정을 잘 활용해야 한다"며 "경기가 살아난다면 부채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추가 금리인하에 대해서는 "물가상승률을 고려했을 때 추가로 금리가 인하되면 금리수준은 제로에 가깝게 될 것"이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다만 그는 "현재의 완화적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원장은 "독일이 재정긴축·통화완화의 정책 엇박자로 현재 고전하고 있다"며 "우리는 재정과 통화정책을 조화롭게 구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서는 시스템적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면서도 저소득층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가계부채가 리스크로 발전하려면 집값이 지금보다 20%는 급락해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아 보인다"며 "다만 소득 하위 20% 계층을 위해 상담을 강화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이후 한국에서 급격한 자본유출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게 봤다. 그는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이후 금리 인상까지 1년은 걸릴 것으로 본다"며 "그만큼 여유를 준 것으로 우리는 외환보유액도 여유 있게 있으므로 해외 자본도 급격히 빠져나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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