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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서울옥션의 홍콩경매에서는 수화 김환기(1913~1974)의 '정원'(1956년작)이 약 11억3,000만원에 낙찰됐다. 지난 12월 서울옥션 국내 경매에서 '22-X-73 #325'는 12억원에, 9월 경매에서는 '삼각산'이 5억 9,000만원에 낙찰됐다. K옥션 여름 경매에서도 '작품'은 9억원에, 'Ⅱ-Ⅵ-74'는 5억 6,000만원에 팔렸다. 아트프라이스닷컴이 집계한 지난 해 세계 미술시장 자료에서 김 화백의 낙찰총액은 689만달러로 이우환 화백(1,000만달러)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김 화백의 작품 세계가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이유는 일본ㆍ프랑스ㆍ미국 등지에서 활동하며 한국의 현대 미술을 세계 속에 알렸기 때문이다. '한국 추상화의 대가'로 유명한 수화는 한국적인 정취와 세계적인 조형미를 두루 갖춘 데다 잠잘 때를 제외하고는 온종일 작업에만 몰두했다. 그 결과 5,000점 이상 작품을 남기며 '한국의 피카소'라는 별칭을 얻었다. 이 가운데는 200호(193.9 X 259.1㎝) 이상 대작도 적지 않다.
올해는 수화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 이를 기념해 서울 부암동 환기미술관에서 오는 6월 9일까지 그의 삶과 예술을 조망하는 특별 기획전을 연다. 전시 제목은 김광섭의 시 '저녁에'의 마지막 구절에서 딴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로 정했다. 제1회 한국미술대전서 대상을 수상한 수화의 1970년작 점화(點畵)의 작품명이기도 하다.
수화는 전남 신안군 작은 섬마을(안좌면) 출신으로 일본 유학 시절 아방가르드와 추상미술을 실험했다. 1956~1959년에는 파리에 머물며 자연과 백자항아리, 목가구 등 전통 정서를 일깨운 작업에 몰두했다. 1963년 이후 61세의 나이로 세상을 뜨기 전까지는 미국 뉴욕에 머물며 푸른 하늘과 바다를 연상케 하는 화폭 위에 우주, 별, 그리운 얼굴, 도시의 불빛처럼 무수한 색점이 펼쳐지는 점화를 완성시켰다. 수화의 작품은 브라질 상파울루비엔날레, 프랑스 파리ㆍ니스, 벨기에 브뤼셀, 뉴욕 등에서 10번이 넘는 개인전을 통해 일찌감치 해외에 선보였다. 이번 전시는 김환기 작품 세계의 전반을 아우르는 유화, 드로잉, 오브제 등 대표작 70여점과 함께 그의 일생을 따라가 볼 수 있는 사진과 기록, 작가의 유품 등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전시 구성은 크게 '서울/도쿄시대' '파리시대' '뉴욕시대'로 나뉘며 수화 김환기의 초기작에서 말년의 대형 점화에 이르기까지 시대별 대표 작품을 선보인다. 본관 1층에 전시된 '서울/도쿄시대'에서는 초기 모더니스트의 전형이라 불리는 반추상 작품은 물론 그의 삶과 예술세계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아카이브 존을 선보인다. 1936년 제작된 '집'을 통해 한국적 정서가 담겨 있는 수화의 초기 구성 작품을 소개하면서 당시 가장 전위적인 미술운동을 펼친 시대적 흐름과 예술상을 살펴본다. 수화의 예술과 삶에 있어서 중요한 키워드인 '섬 소년 김환기' '종달새 노래할 때' '아카데미 아방가르드' '달항아리 화가' 등을 주제별 섹션으로 구성해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다. 2층에 전시된 '파리시대'에서는 한국에서의 모든 지위와 명예를 내려놓고 국제 무대에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에 몰두한 수화의 파리 시기를 만날 수 있다. 그는 한국적인 것을 예술로 승화시키고 한국적 시(詩) 정신을 담은 작품의 '진정성'에 세계가 주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리시대 대표작이며 훗날 상파울로 비엔날레 출품작이기도 한 '달밤의 섬' '운월' 등 주옥 같은 작품을 만날 수 있다.
3층에 전시된 '뉴욕시대'에서는 '예술가, 별이 되다'라는 부제 아래 '유니버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등 그 동안 좀처럼 공개되지 않은 대형 점화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밤 하늘의 별이 되고자 한 예술가의 염원과 집념이 그의 예술적 재능과 만나 성취한 환상적인 작품 세계가 대형 점화를 통해 구현된다. 성인 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