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에도 '철학'이 있어야 한다. 그런 말을 최근 일본에서 많이 하고 있다. 일본은 대대적인 세제개혁을 준비하고 있다. 세제개혁을 통해 오랜 경제정체에서 벗어나 보자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들은 세제는 공평ㆍ중립ㆍ간소해야 한다고 믿어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세제는 공평 대신 공정해야 하고 중립 대신 활력을 지녀야 하며 또한 간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간 쪽에서 특히 그런 주장을 강하게 펼치고 있다. 그 노림은 일본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고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결과적 평등을 추구하는 공평 대신 공정의 원칙을 새로 도입하자는 것은 소득을 얻기까지의 리스크를 제대로 평가해주자는 것이다. 높은 리스크를 안은 투자의 소득에 대해서는 세금을 낮추어 주어야 공정하다는 것이다.
이자나 배당 및 주식투자 차익 등의 금융소득을 근로소득과 분리하여 단일의 저세율로 과세하자고 한다. 투자를 더 활성화 해보자는 것이다. 이 분리과세는 2원적 소득세제로 불린다.
또 공정의 원칙은 소득세를 넓게, 엷게 과세해야 한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누진율을 낮추는 한편 소득이 있는 사람은 다 세금을 내도록 하자는 것이다.
활력의 원칙은 기업의 세부담을 덜어주자는 것이다. 법인세율을 더 인하하고 연구개발 등에 대한 세제상의 우대를 강화하자고 주장한다. 지금 법인세에 관해서는 세계적으로 인하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웃 여러나라 보다 한발 앞서 법인세율을 내리자는 것이 일본 경제계의 주장이다.
일본의 세제개혁이 어떻게 결론 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일본 민간의 그런 요구를 상당부분 수용하는 세제개혁이 이루어진다면 일본과 한국의 '세금철학'은 전혀 딴 것이 될 것만은 확실하다.
우리 '세금철학'은 죽으나 사나 공평이다. 많이 버는 사람에게서 더 많은 세금을 걷어야 공평하다고 믿고 있다. 또 법인세 부담도 다른 나라에 비해 높다. 부분적인 감면세제가 뒤엉켜 우리 세제는 간소하기는커녕 미로와 같이 복잡하다. 털면 본의 아니게 먼지가 나게시리 세제는 복잡하다.
이런 세제의 철학에 관해 여야의 대통령후보들은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정태성(언론인)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