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의 안전사고는 피할 수 없는 일인가. 필자가 모 해운사에서 근무했던 시절을 떠올려보면 무사고 운항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국제안전관리규약(ISM Code)에 따라 회사 및 선박에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정기적인 합동비상훈련을 비롯해 반복적인 비상퇴선훈련, 내부 및 외부 평가 등을 실천하면 무사고 운항을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여객선사의 현실은 이와 다르다. 정부의 재정적 지원과 함께 해상교통서비스를 공공서비스의 일환으로 시작했던 스코틀랜드 등 주요 해운국가와는 판이하다.
영세업자 무리한 운항 대형 사고 불러
우리나라는 사업 초기부터 개인사업자가 시작해 규모가 영세하고 노후한 선박에 선원 처우 또한 매우 낮아 우수 선원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 이로 인해 국제 항해에 종사하는 선박에 비해 해양안전사고에 항상 노출돼 있으며 자체 선박 안전관리를 비롯한 규정에 따른 정기적 비상훈련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뿐만 아니라 일본·영국·미국 등과 비교했을 때 도서지역을 운항하는 여객선의 현대화도 턱없이 부족하다.
이번 참사로 여객선 승선에 대한 국민 불안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과연 이를 해결하는 방안은 없을까. 그동안 우리나라는 여객선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관련 제도를 정비해왔다. 선박안전관리제도와 관련 법령은 국제 수준 못지않게 마련됐다. 그렇지만 여객선 사고는 줄어들지 않고 매년 발생한다. 세월호와 같은 대형사고가 항상 잠재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근본적 접근이 필요하다.
그동안 정부 차원의 제도적 정비를 해왔다면 이제는 여객선사 차원의 현실적 접근이 필요하다. 회사 수익보다는 안전운항이 우선될 수 있도록 최소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수많은 국민 안전을 담보하는 여객운송서비스만큼이라도 이제는 시장 경제에서 벗어나 공공서비스로 해상교통서비스의 패러다임 대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여객선사의 대형화와 준공영제 도입이 절실하다.
필자는 과거 연구보고서를 통해 낙도보조항로와 일반항로를 통합한 해상교통망 체계 정비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해상교통망은 개별 도서 위주로 항로가 중복 편성돼 선박 연료비 손실이 크고 대부분의 선사가 영세함에도 선사 간 과당경쟁으로 해양안전사고에 항상 노출돼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준공영제 도입 안전운항 유도를
또 스코틀랜드의 칼레도니안 맥브레인(CalMac)여객선사처럼 선박 안전의 보장과 운송 서비스의 질 향상을 위해 준공영제로 전환 필요성과 도입 방안을 제안했다.
여객선사의 대형화와 준공영제 도입으로 예상되는 효과는 우선 연안 여객선의 대중교통화 실현에 따른 주민들의 다양한 서비스 욕구 충족이다. 권역별 최적 항로 설계로 연료비 등 비용 절감과 도서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운항 중인 선사는 공동운영회사에 소속돼 일정한 이윤을 보장받음에 따라 안정적 경영이 가능할 것이다. 현재는 유사시간 유사항로에 다수 선박이 운항돼 경쟁을 피할 수 없어 안전관리가 소홀해지고 탑승률이 저조하다. 따라서 운영사 경영이 안정되면 이 같은 안전과 서비스의 질이 향상되고 여객선 이용자 입장에서 저렴한 운임과 편리성·안전성·정시성·쾌적성 등 다양한 서비스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여객선사의 대형화를 통한 섬 크루즈, 국제 크루즈사업 진출 등을 통해 국익뿐만 아니라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과 같은 참사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선사의 준공영·대형화가 시급하다. 선박관리·선원관리·운항관리·안전관리 등에 전문성을 살린다면 여객선의 무사고 운항이 꿈 같은 일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