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전망 극과극

"소비둔화로 상승세 제동" 분석에
"100弗 돌파는 시간문제" 주장도


배럴당 국제원유 가격 100달러선을 코앞에 두고 비관적인 전망과 낙관적인 전망이 교차하고 있다. 세계 경제성장률 둔화로 소비가 예상보다 줄고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증산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유가상승에 급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수요증가는 불가피하고 매장량과 생산의 한계가 분명하다는 점에서 100달러 돌파가 시간문제라는 의견도 적지않다. 1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폭주하는 유가, 과속방지턱에 걸렸나’라는 제목의 분석기사에서 유가 100달러가 조만간 현실화되기는 힘들지 않겠느냐는, 석유 소비국들에 반가운 조짐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유가가 100달러에 근접하는 초고공 행진을 함에 따라 최대 석유소비국인 미국과 산유국이면서도 석유소비가 많은 러시아의 수요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이며 석유투기를 부추겨온 달러약세도 주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반해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ㆍ앙골라 등은 실제 원유생산을 늘리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브라질 등에서 신규 유전이 잇따라 발견되는 것도 호재다. 사우디의 생산능력은 현재 하루 1,130만배럴가량이지만 오는 2009년까지 1,250만배럴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국제에너지기구(IEA)의‘11월 원유수급 전망’도 소비세 둔화를 시사했다. 4ㆍ4분기 세계 석유소비가 하루 평균 8,714만배럴로 예상되면서 지난 10월 전망치보다 50만배럴 줄었다. 또 2008년도 전망치도 30만배럴 줄어든 하루 8,769만배럴로 나타났다. 이로써 IEA는 8월 이후 최근까지 석유소비량 전망치를 세 차례나 하향 조정했다. 리먼브러더스도 이날 보고서를 통해 “유가상승에 제동이 걸렸다”면서“조만간 100달러 시대로 들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석유 공급량 증가가 결국 소비량을 따라가 못하면서 고유가 시대는 필연적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중국이나 인도 등 신흥 경제국의 소비증가세를 무시할 수 없고 가격인상에 패를 놓은 투기세력도 적지않다는 것이다. IEA의 수요전망이 하향 조정됐다고는 하나 올해 평균 소비량은 8,578만배럴로 지난해보다 111만배럴이나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내년은 191만배럴 더 증가할 것으로 추산되며 증가폭이 점차 커지고 있다. 증산여력을 가진 OPEC 내에서 이견이 존재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온건파인 사우디가 필요시 증산 가능성을 줄곧 시사해온 데 반해 이란ㆍ베네수엘라 등 강경파는 고유가를 고집하고 있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이날 수도 카라카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배럴당 80~100달러의 유가 수준이‘적정(fair)’하다”고 밝힌 뒤 “유가상승을 막기 위한 OPEC 회원국의 증산은 원치 않는다”며 당분간 증산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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