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의 마에스트로'로 불리는 이팔성(사진)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27일 취임 1주년을 맞는 이 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우리금융그룹의 변화는 지금부터 시작"이라며 "남은 임기 동안 그룹의 지속성장 동력을 보다 확고히 구축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금융계에서는 이 회장이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영업환경 악화로 지난 1년 동안 아쉬운 한 해를 보냈지만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우리금융호(號)' 선장 역할을 충실히 한 만큼 앞으로 내놓을 성적은 '기대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이 회장은 지난 1년간 위기극복을 위한 자구노력과 인사 및 이사회 규정 등을 대대적으로 정비해 '조직 다지기'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은행 자회사의 '행장후보추천위원회'를 폐지하는 대신 지주회사 산하에 '계열은행 행추위'를 구성해 금융그룹 회장이 인사권 등 실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금융그룹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대주주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민간 금융회사에 준하는 자율경영 체제를 구축한 것은 높게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금융그룹의 시너지 창출 기반을 마련한 것도 돋보인다. 특히 비은행 부문 비중 확대를 위한 교차판매와 복합상품 개발, 복합점포 개점 등에 중점을 둔 것은 향후 그룹경영에 플러스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의 지속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비용절감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강력한 체질개선을 추진한 것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 회장의 지난 1년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그의 경영성과 및 능력은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사태 이후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에 발목이 잡혔다. 과거에 투자했던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디폴트스와프(CDS) 등이 금융위기의 여파로 1조6,000억원에 달하는 뜻하지 않은 손실을 떠안은 것이다. 파상상품에 대한 투자실패는 지난해 하반기 우리금융 실적 저하로 이어졌다.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와 체결한 경영이행약정(MOU)도 달성하지 못했다. 급기야 이 회장은 실적악화와 7년 만의 무배당으로 주주들에게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는 말로 용서를 빌었다. 취임 초 임기 중 300조원 규모인 지주사 자산을 임기 안에 500조~600조원으로 늘려 글로벌 30위권 금융그룹을 만들겠다던 포부도 잠시 미뤄진 상태다. 하지만 이 회장은 이 꿈을 결코 버리지 않고 있다. 그는 "글로벌 금융그룹의 도약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겉보기에는 미뤄진 것 같지만 더 강한 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을 위한 준비는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취임 2년째를 맞는 이팔성호의 모습이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관심이 쏠리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