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용 LG전자 부회장이 앞으로 5년 안에 회사를 확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수익이 안 되는 사업을 과감하게 접고 생산라인의 아웃소싱을 확대하며 신사업에도 인수합병(M&A) 등의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적극적으로 진출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회사 전반적으로 ‘리모델링’ 작업이 전개될 것임을 내비친 것이다. ◇한계 사업 과감히 접는다=취임 후 두번째로 기자들과 만난 남 부회장은 2시간에 걸쳐 사업 전반에 대한 체질개선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우선 앞으로 5년 동안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먼저 택한 것은 한계 사업의 철수. 그는 “이익을 내지 못하고 ‘글로벌 톱3’에 들어갈 수 없는 사업이 대상”이라며 “특히 수익성(ROIC)과 시장성이 높아도 현금흐름이 좋지 못하면 과감하게 정리한다는 방침 아래 모든 사업부를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이미 PC와 MP3 사업의 많은 인력을 휴대폰 쪽으로 이동시켰다. 남 부회장은 특히 시장에서 돌고 있는 PDP 사업 철수와 관련, “현금흐름을 기준으로 계속 보고 있다”며 “일상적인 경상 투자는 하겠지만 추가로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사업 철수 방법에는 매각도 물론 포함되며 공장가동 중단 등 모든 방안이 해당된다”고 말했다. 포트폴리오 재편을 위한 두번째 전략은 아웃소싱 확대. 남 부회장은 “PC 사업의 경우 점차적으로 아웃소싱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해 PC 사업이 1차 대상임을 내비쳤다. 그는 “지금도 해외에서 일어나는 매출이 83%에 이르고 생산도 60%에 달한다”며 “앞으로도 국내에서 해외로 옮겨갈 분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산성이 떨어지는 사업은 과감하게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길 것이라는 얘기다. 또 하나의 재편 전략은 신사업 강화. 그는 신사업 대상으로 태양전지 사업 등 에너지 분야와 B2B 솔루션, 헬스케어 등을 꼽았다. 필요하다면 M&A도 적극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반도체 사업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에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한 뒤 “팹(일관 처리공장)을 할 이유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마케팅 예산 27억달러로 확대=LG전자는 이날 “‘국적 없는’ 세계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치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지금까지의 LG가 첨단 기술을 갖춘 글로벌 전자업체였다면 진정한 글로벌 톱3 업체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켜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 마케팅 예산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지난해 총 23억달러에서 올해는 4억달러가 증가한 27억달러 수준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해외 법인의 체질 개선도 추진한다. 전세계 84개 법인 가운데 3~4년 안에 30% 정도는 법인장을 현지인으로 바꿀 방침이다. 재무제표의 글로벌화도 본격화된다. 최고재무경영자(CFO)를 맡고 있는 정도현 부사장은 “오는 2010년부터는 LG전자가 50% 이상 지분을 갖고 있는 자회사까지 글로벌 법인을 포괄하는 연결이익 기준으로 재무상황을 발표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 남용 부회장 일문일답 |
"글로벌화돼도 LG의 국적은 분명 한국"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LG전자가 '국적 없는' 세계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치는) 회사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세웠지만 한국을 버릴 생각은 없다"며 "회사가 글로벌화돼도 LG전자의 국적은 분명 한국"이라고 강조했다. 남 부회장은 "이제 글로벌화하는 것은 생존의 문제"라며 두시간여에 걸쳐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가면서 시종 자신감 있는 어투로 회사 전반의 경영상황을 설명했다. -'국적 없는' 세계적 마케팅 회사를 만들겠다는 이유가 한국에서의 사업에 한계를 느껴 그런 것인가. ▦한국에서 어떻게 해서든 생산성을 올려 뿌리가 굳건히 내리도록 할 것이다. 한국에서 사업을 해도 세계적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국적 없는 회사라는 것은 해외의 우수한 인재를 LG전자로 끌어오는 것, 예를 들면 인도의 현지인을 끌어 모아 성공한 노키아보다 더 강한 인재집단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인사까지 외국인 책임자를 영입했다. 이제 주요 책임자들이 외국인으로 채워졌는데 직원들의 로열티가 떨어지고 박탈감도 적지 않을 것 같다. ▦상대적 박탈감을 갖는 그룹이 분명히 있다. 500명 정도가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 사원들이 상사로부터 영감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내는 것이 맹목적인 로열티보다 중요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비즈니스 프랜드리'를 강조하고 있는데 현장에서 효과가 있나. ▦우리 같은 글로벌 기업에는 규제와 큰 영향이 없었다. 그럼에도 새로 정부가 바뀌고 난 후에 장관들이 (기업들이) 원하는 것이 뭐냐, 부족한 것이 뭐냐 하는 의견 수렴은 굉장히 깊이 있게 자주 하고 있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