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양산의 야트막한 산자락 아래 위치한 쿠쿠홈시스(대표 구자신, www.cuckoo.co.kr)의 3층 연구실에서는 하루종일 밥 짓는 냄새가 난다. 여기서는 매일 인도네시아산 쌀, 국산 백미 등 쌀 한 가마가 `맛있는 밥` 만들기에 사용된다. 4개의 밥솥 생산라인에는 20~30대 직원 50여명이 달라붙어 연일 잔업을 거듭하지만 쇄도하는 물량을 처리하기에는 일손이 달릴 정도다.
현재 전기압력밥솥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쿠쿠홈시스는 사실 97년까지만 해도 대기업에 주문자상표부착방식으로 전기밥솥을 공급하는 그냥 `괜찮은` 중소기업에 불과했다. 하지만 IMF 태풍은 이 회사를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계기가 됐다. 경쟁업체들이 전기밥솥에서 손을 떼던 당시 쿠쿠홈시스는 오히려 자체 브랜드 `쿠쿠`로 제품을 내놓고, 매년 100억원대의 광고비를 들여 제품홍보에 나서는 승부수를 띄웠다.
결과는 대성공. 황금시간대를 골라서 방송한 광고 덕분에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아지고, “국산 밥솥도 괜찮더라”는 입소문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퍼지기 시작했다. 또한 철저한 현금결제로 판매점과의 신뢰를 쌓아 하이마트, 전자랜드 등에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했고, 철저한 AS로 서비스를 강화했다. 소비자들의 지갑이 열리면서 97년 300억원 가량에 불과했던 매출도 급격히 늘어 2000년에 1,000억원을 넘어섰으며 지난해에는 1,800억원 가량의 매출을 달성했다.
최근에는 `코끼리 밥솥`으로 우리나라의 자존심을 구겼던 일본에 자체 브랜드로 수출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또 새로운 브랜드 `리오뜨`로 가습기, 진공청소기 등을 잇따라 내놓는 등 수출 중심의 종합생활가전업체로 성장하기 위한 전진을 계속하고 있다.
구 사장은 “97년 당시 사업을 접을까도 고민했지만 월급을 반납하면서까지 회사를 살리자는 직원들의 마음에 용기를 얻어 자체 브랜드화를 결정했다”며 “쌀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중국, 동남아 등 쌀 문화 지역의 시장이 아직 열리지않은 상태라 충분히 성장성이 있다”고 말했다.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자부심과 지역주민들의 사랑도 대단하다. 실제로 쿠쿠홈시스는 현재 200여개의 부품 협력사들과 관계를 맺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고, 최근에 실시한 수시 채용 때는 6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인기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양산상공회의소 회장이기도 한 구 사장은 “양산지역의 대표기업으로서 사업환경개선, 체계적 지역경제 활성화 등에 막대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055)380-0800
<김민형기자 kmh204@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