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서 제기된 ‘상속세 폐지론’에 대해 기획재정부가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상속세 폐지의 수혜 계층이 극히 일부 부유층에 불과해 국민들의 호응을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재정부는 상속세 최고세율의 인하, 중소기업의 가업상속공제 한도 확대 등은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규옥 재정부 대변인은 7일 과천청사에서 정례브리핑을 갖고 일각의 상속세 폐지 주장에 대해 “여러 합리화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상속세를 놓고) 발생하지 않은 이익에 대한 과세와 관련한 이의 제기 등은 정부도 잘 알고 있다”며 “강만수 재정부 장관도 부임하면서 (상속세 등을 포함한) 근본적 세제개편을 과제로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4일 한승수 국무총리와의 간담회에서 “상속세를 폐지하는 대신 상속받은 재산을 처분할 때 양도소득세를 과세하는 방식을 검토해달라”고 건의했다. 미실현 이익에 과세하기 때문에 상속받은 주식 등을 팔아야 하는 경우가 많아 기업 경영권을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속세 폐지를 검토는 해보겠지만 수용할 수 없다는 게 재정부의 기본 시각이다. 김 대변인도 이날 “일부 국가는 상속세를 폐지했지만 대다수 국가는 유지하고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재정부의 또 다른 관계자도 “부의 재분배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상속세 폐지 주장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이에 동의할 국민들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실제 지난 2006년 납세분 기준으로 상속세를 낸 사람은 납부 사유가 발생한 30만여명 가운데 2,221명에 불과했다. 이명박 정부로서도 이미 ‘강부자 내각’이라고 비판받고 있는 마당에 ‘재벌ㆍ부유층 특혜’ 논란은 정부 차원의 부담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재정부는 상속세의 완전 폐지는 반대하면서도 일부 세제 완화는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가령 상속세 최고세율을 현행 50%에서 40%로 인하하는 방안이다. 강 장관은 1994~1995년 재무부 세제실장 시절 50%였던 상속세의 최고세율을 40%로 낮췄으나 1999년 50%로 환원됐다. 또 재정부는 중소기업에 대해 현행 30억원인 가업상속공제 한도를 확대하고 15년인 최소 사업영위기간을 줄이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이에 대해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상속세율 변경은 세제개편 검토 대상 중 하나에 불과하다”며 “현재 구체적인 방향성은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고 여론 수렴과 내부 논의를 거쳐 오는 8월 초에 세부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