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의 벽은 높았다. 특히 지긋지긋한 '남미 징크스' 탈출에도 실패했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유쾌한 도전'에 나선 '허정무호'가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세계 최강 아르헨티나와의 B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1-4로 대패했다.
본선 8회 진출에 빛나는 한국은 역대 월드컵 무대에서 유럽과 아프리카를 잇따라 꺾었지만 남미는 '거대한 산'이었다. 한국은 그 동안 남미 팀과 총 세 차례 맞붙었지만 1승을 챙기지 못했고, 아르헨티나에게 또 다시 무릎을 꿇으면서 대 남미 팀 무승 숫자를 '4'로 늘려야 했다.
86년 멕시코 대회 조별리그 1차전에서 디에고 마라도나가 이끄는 아르헨티나를 맞아 박창선이 한국의 월드컵 첫 골을 터트렸지만 빌다노(2골)와 루게리에 연속골을 내주며 1-3으로 패했다. 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우루과이와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도 후반 45분 폰세카에 통한의 결승골(0-1 패)을 내주며 무릎을 꿇었다.
특히 94년 미국 월드컵 무대는 남미를 뛰어 넘을 절호의 기회였다. 한국은 약체로 분류돼 '1승 제물'로 여겨졌던 볼리비아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슈팅을 쉴새 없이 퍼붓는 등 일방적인 경기를 펼쳤지만 골 운이 따르지 않으면서 득점 없이 경기를 마쳤다. 역대 남미 국가와의 전적은 3승6무14패로, 유독 남미에 절대적인 열세를 보였다.
'허정무호' 역시 남미 팀을 상대로 한 출발은 좋지 않았다. 2008년 1월 출범 직후 치른 칠레와 평가전에서 0-1로 패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파라과이와 평가전에서 박주영(AS모나코)의 결승골로 1-0으로 승리하며 징크스 탈출에 시동을 걸었다. 특히 지난달 16일 에콰도르(2-0 승)를 잡으며 남미 팀이 더 이상 '넘지 못할 산'이 아닌 듯 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는 남미를 넘어 세계 축구의 절대 강자.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를 꺾고 16년 만에 '남미 징크스'에서 벗어나려던 '허정무호'의 도전은 아쉽게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