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바둑영웅전] 모험일까 아닐까

제6보 (101~120)


어지러운 싸움이다. 갖가지 행마가 골고루 선을 보인다. 백2는 이것 역시 행마의 틀이다. 흑3으로 가만히 뻗은 수는 정수. 참고도1의 흑1을 서두르는 것은 하수의 감각이다. 백4로 눌려 흑의 응수가 막혀 버린다. 도대체 누가 공격하고 누가 몰리는 것인지 알 수가 없는 형국이다. 흑15를 보고 서봉수9단이 말했다. “호쾌하게 잘들 싸운다. 여포와 장비의 마상 격투를 보는 기분이야. 신나게 싸우지만 결과는 반집을 다투는 미세한 것이 될 거야.” 백18이 놓이기 직전에 안조영이 팬들을 위한 그림 하나를 사이버오로에 올렸다. 참고도2의 백1로 몰아 버리면 어떻게 되는가를 미리 만들어 본 것. 흑2 이하 14가 그것인데 백이 딱 1수 부족으로 잡힌다는 설명이었다. 가토는 백18로 먼저 끊어 변수를 만들어놓고 비로소 20에 몰았다. “수읽기가 끝났다는 듯한 모션이지만 글쎄 좀 모험이 아닐까.” 서봉수가 고개를 갸웃. 그러자 안조영이 말했다. “하변에서 수가 나겠지요. 흑 3점이 그냥 잡히지는 않을 관상이잖아요. 뭐 하지만 하변의흑을 살려 주더라도 이렇게 한방 두드리는 게 기세 아니겠습니까.” 백20은 당연한 수 아니냐는 얘기였다. 그러나 서봉수는 계속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어려워. 바둑은 정말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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