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트는 창조정신 연구실은 불야성/「핸디솔루션」·「핸디오피스」 등 인기기업들이 불황극복을 위해 안간힘이다. 감량경영, 구조조정 등이 골자다. 하지만 불황을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한 노력도 강하다. 「도전과 창조」의 정신이다. 그 현장을 찾아 본다.<편집자주>
어둠이 짙게 깔린 하오 10시. 늦은 시간에도 훤히 밝혀진 불빛과 청바지와 셔츠, 운동화 차림으로 일하는 사원들. 컴퓨터 앞에서 무엇인가 골몰하며 열심히 일하는 모습들.
정형화된 일반 직장과 전혀 다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지난해 1천2백억원의 대규모 소프트웨어 수출이라는 신화를 창조한 핸디소프트(대표 안영경)의 개발실이다.
마치 도자기를 구어내는 도공과 같은 사원들의 진지한 모습에서 「소프트웨어는 예술」이라는 안영경사장의 말을 실감할 수 있다. 핸디소프트의 사무실은 불이 꺼지지 않는다. 창조력을 생명으로 하는 소프트웨어산업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출퇴근 시간을 규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작품(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내기 위해 개발자들의 열의는 밤샘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모습들이 핸디소프트를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로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새로움을 위한 창조의 현장에는 기술개발을 최우선으로 하는 핸디소프트의 기본정책이 그 무엇보다 큰 밑걸음. 모든 조직과 마케팅은 기술을 중심으로 짜여져 있다. 핸디소프트의 탄생은 지난 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안사장을 중심으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출신의 패기 넘치는 석·박사 10여명이 모여 만든 하이테크 벤처기업이 핸디소프트. 이들은 예리한 통찰력과 원대한 포부가 있었다.
『시대의 조류에 편승해 그당시 유행했던 워드프로세서 개발에 전념했다면 오늘은 없었을 것』이라는게 안사장의 말이다. 창업 당시부터 이들은 남들이 하지 않으면서 미래에는 반드시 필요할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런 계획아래 만들어진게 바로 핸디소프트를 정상의 자리로 끌어올리는데 결정적 역할을 담당한 그룹웨어 「핸드 오피스」다. 또 도스환경이 대부분이었던 지난 94년 워드프로세서인 「핸디 워드 아리랑」을 「윈도」 플랫폼으로 개발했다. 아울러 이들은 「소프트웨어로 세계를 제패할 수 있다」는 원대한 꿈을 갖고 있었다. 이를 위해 지난 93년부터 본격적인 일본 시장 공략을 준비했고 그 결과 지난 95년말 일본의 정보컨설팅회사인 야마이치와 세이코 엡슨에 1억엔 상당의 그룹웨어를 수출할 수 있었다. 또 지난해말 일본 야마다그룹에 1천2백억원 규모의 협의의 광속거래(CALS) 프로그램인 「핸디 솔루션」을 공급하는 계약도 맺었다. 핸디소프트는 일본시장의 공략거점을 확보하기 위해 올해 초 일본 현지법인을 세웠다. 또 시스템통합(SI) 사업도 강화하기 위한 조직도 만들었다. 일본은 물론 중국과 미국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2백50억원의 매출을 달성함으로써 창업 6년만에 40배를 넘는 매출액 증가를 보여준 핸디소프트의 성공요인은 불황시대에 우리기업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김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