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 초월 NCS에 답 있다] <9> 제도정착을 위한 과제

설익은 개발 경계하고 대기업 참여 늘려야
직무능력·현장성 중요하지만 인성교육에도 세심한 주의를

지난 1월16일 서울 마포구 산업인력공단에서 열린 'NCS 활용 확산 워크숍'에서 고용노동부와 산업인력공단·전문대 관계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제공=산업인력공단


김표준(가명)씨는 가수가 되고 싶지만 뭘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잘 모른다. 사설 학원을 여러 군데 다녔지만 잘 배우고 있는 건지 확신이 안 선다. 이런 김씨를 위해 내로라하는 최고의 가수들이 모였다. 호흡과 발성부터 표현력까지 가수라면 갖춰야 할 기본적인 능력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이 가이드라인을 기초로 만든 교육과정에 따라 체계적인 훈련을 받고 있는 김씨는 이제는 가수가 되려면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이 잡힌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정부가 스펙을 초월한 능력중심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은 앞에서 예로 든 '직무능력 가이드라인'과 같은 것이다. 물론 가수 분야에서 NCS가 생긴다는 것은 가정에 불과하다. 주관적인 요소가 강한 예술에 관한 능력은 표준화가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외의 대부분의 직종에서는 이 같은 표준화가 가능하다. 정부는 고용노동부와 산업인력공단·교육부와 직업능력개발원 등 범부처 차원에서 833개 직종의 NCS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NCS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견 없이 동의한다. 하지만 이를 추진하는 데 있어 몇 가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가장 많이 지적되는 부분 중 하나는 NCS 사업 추진을 너무 서두른다는 것. NCS 개발에 참여한 박승우 KBS 방송기술팀장은 "NCS는 교육훈련·능력개발을 하는 데 있어 기초가 되는 만큼 설익게 만들면 역효과만 불러올 수 있다"며 "NCS는 기업에서 직접 적용되는 만큼 개발 단계에서부터 전문가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 전체의 의견수렴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NCS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한 경제단체의 전문가는 "NCS를 만들려면 해당 직종에서 10년 이상 경력이 있는 최고 전문가를 불러야 하는데 개발을 서두르다 보니 능력이 부족한 전문가를 섭외하는 경우도 있다"고 꼬집었다.

대기업의 참여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영국 최대 교육자격 평가기관인 피어슨그룹의 우주연 상무는 "우리나라는 최고의 기술력을 갖췄음에도 기술 인재를 키우는 시스템은 부족하다"며 "높은 기술력을 가진 대기업에서 사회적 책임을 갖고 NCS 개발과 확산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 상무는 투자 확대도 주문했다.

교육계의 우려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한 고등학교 관계자는 "산업 현장의 직무능력만 강조하다 보면 인성, 인문학적 소양 등 교육 본연의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직무능력·현장성의 강조가 기본적인 교육을 훼손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NCS는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개편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직무·성과급을 도입하려면 정확한 직무평가가 전제돼야 하는데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NCS다. 따라서 NCS 사업이 임금체계 개편으로도 이어질 수 있도록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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