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부동산대책 이후] 4·1대책서 놓친 세가지

① 청약저축자 홀대, 분양물량 2만가구로 급감… 무주택자 선택권 박탈
② 착공 못한 공공주택, 40만가구 넘어 LH 재무구조 악화 우려
③ 중대형 하우스푸어 배제, 양도세 혜택 없어 집값 하락 부추길 수도

공공분양 물량 축소와 세제 혜택이 핵심인 '4.1 부동산 대책' 으로 청약저축 가입자의 중형 공공주택 분양길이 막히고 지방의 중대형 평형은 철저히 소외되는 등 허점이 드러나면서 정책 보완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LH가 공급한 수도권의 한 공공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제공=LH


정부의 4ㆍ1 부동산 종합대책은 오랜 거래가뭄에 시달리던 주택거래 시장 입장에서는 가뭄의 단비로 평가 받고 있다. 대책에 담긴 내용이 세제ㆍ공급은 물론 청약제도 개선ㆍ주거 복지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데다 그 폭도 당초 시장의 기대치를 넘는 수준인 탓이다.

하지만 기존의 틀을 과감하게 깨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허점도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무주택 서민용 공공분양 주택 면적 축소다. 공공에 의한 시장 왜곡을 줄이고 민간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이 과정에서 기존 무주택자의 주택 선택권을 박탈하는 문제점을 드러냈다. 분양 물량 축소→임대물량 확대 과정에서 공급 당사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담 문제에 대한 해법도 제시되지 않았고 집값 하락으로 가장 큰 고통을 겪고 있는 수도권 중대형 주택 보유자들이 혜택에서 배제된 것 역시 대책의 허점으로 지적된다.

업계 관계자는 "여러 정책이 한꺼번에 나왔기 때문에 향후 입법 과정에서 미비점을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로에 선 청약저축 가입자=전용 85㎡ 이하 공공아파트를 분양 받기 위해서는 무주택 세대주 자격으로 매달 2만원에서 10만원씩 몇 년간 꼬박꼬박 청약저축을 부어야 한다. 목 좋은 인기지역 아파트라면 가입기간이 10년 이상인 경우도 많다. 주택청약종합저축 통장 도입 후 크게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청약저축 가입자는 113만명에 달한다. 청약저축의 장기 가입자가 많은 이유는 입지가 좋은 신도시ㆍ택지지구 등의 공공분양 아파트를 저렴한 가격에 분양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공공분양을 전용 60㎡ 이하로 줄이면서 85㎡의 중형 주택 수요는 민간 분양으로 흡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저축 가입자는 선뜻 예금통장으로 갈아탈 수 없다. 통장을 전환하는 순간 공공임대 청약 자격을 한꺼번에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모든 주택에 대해 청약이 가능한 만능통장인 '주택청약종합저축'으로 갈아타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다. 기존 통장가입 자체가 무효가 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도 "공공분양 주택 60㎡ 이하 소형공급에 따른 문제 등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며 "다만 앞으로 공급계획 수립하는 물량에 한하므로 아직은 여유가 있기 때문에 이들을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승인 받고 분양 못한 공공주택 40만가구는 어떻게=공공분양 주택을 연 7만호에서 2만호로 크게 줄이는 데 따른 보완책도 마련되지 않았다. 매년 정부가 공급하는 공공주택은 14만4,000가구(인허가 기준) 정도다. 따라서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120만가구 정도가 공급된 셈이다. 하지만 사업승인만 받아놓고 실제 착공되지 못한 공공주택은 같은 기간 42만여가구에 이른다. 정부가 공급했다던 공공주택 중 3분의1은 실제로 공급되지 않은 셈이다.

특히 40만가구가 넘는 장기 미착공 주택 공급을 지연시키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재무구조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미 LH가 장기 미착공 주택에 쏟아부은 금액만 17조원이 넘는 상황에서 공공주택 공급을 갑작스럽게 줄이면 미착공주택 해소는 더욱 늦어지고 그만큼 재무적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장성수 주거복지연대 전문위원은 "시장 왜곡의 주범은 공공주택 전체라기보다는 입지가 좋은 서울 인근의 지나치게 싼 보금자리주택이었다"며 "공공주택에 대한 시장 수요도 있는 만큼 정부의 보다 세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가장 고통 받는 하우스푸어가 배제됐다=취득 후 5년간의 양도소득세 면제 혜택을 85㎡ 이하, 9억원 이하의 아파트에만 적용하는 4ㆍ1 부동산 대책에 대해서도 일선 중개업소 관계자와 전문가들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고 하우스푸어의 부담을 줄여 시장을 활성화하려면 양도세 감면 혜택이 주어지는 주택의 면적ㆍ금액 기준을 아예 없애거나 최소한 면적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85㎡ 초과이면서 시세가 9억원 이하인 아파트는 124만6,687가구에 달한다. 특히 전국의 85㎡ 초과 아파트는 137만389가구로 시세가 9억원이 안되는 아파트가 전체의 91%인 124만6,687가구에 달한다. 85㎡를 초과하는 아파트 10가구 중 9가구가 양도세 감면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85㎡ 초과이면서 시세가 9억원을 밑도는 아파트가 집중된 용인ㆍ김포 등지의 주택 소유주들과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이번 대책에 대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용인 죽전동 B공인 관계자는 "소형 아파트는 거래할 물건이 없을 정도로 이미 꾸준히 나가고 있었는데 양도세 혜택이 왜 중소형에만 집중됐는지 답답한 노릇"이라며 "거래가 실종되다시피한 중대형 물건에 돈 있는 사람들이 뛰어들어야 시장이 살아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