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전전자 교환기 「TDX-100」의 기술 이전 문제가 현재 4사 체제인 국내 교환기 업계에 구조조정의 뇌관으로 떠올랐다.난마처럼 얽혀 있는 이 문제를 어떻게 푸느냐에 따라 대우통신·삼성전자·LG정보통신·한화정보통신 등 4사 체제를 유지해왔던 교환기 업계도 시장 논리에 의해 자연스럽게 구조가 조정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TDX-100은 외국 통신 장비 업체에 맞서기 위해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차세대 교환기. 2002년까지 시장 규모가 적어도 3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전체 교환기 시장의 90%에 해당된다는 게 정보통신부의 분석이다.
그런데 TDX-100의 구매처인 한국통신이 4사 가운데 대우통신 제품만을 표준으로 선택하면서 문제가 복잡해졌다. 현재로선 대우통신 혼자 원천 기술과 납품권을 보유하게 된 셈이다. 이 상태가 계속되면 대우통신이 전체 교환기 시장의 90%를 차지, 사실상 1사 독주체제가 굳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는 물론 대우마저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판단한다. 대우통신 한 업체만으로는 선진 기술을 보유한 외국 업체와 맞서기 힘들고 TDX-100의 성능을 개선하는 데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 이익을 도모하고 업계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대우통신이 보유한 기술을 다른 업체에 이전하고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여기서 TDX-100의 기술 이전 문제가 발생했다. 그리고 대우도 이같은 현실을 인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대우통신이 나머지 3개 업체 가운데 몇 개 업체, 그리고 어느 업체에 기술을 이전하느냐다. 이 문제가 업계 구조 조정의 뇌관으로 떠오른 까닭은 기술을 이전 받는 업체의 경우 TDX-100의 영업권을 얻게 되고, 그렇지 못한 업체는 사실상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낙오될 가능성 크기 때문이다.
기술 이전의 칼자루는 쥔 건 일단 대우통신이다. 그리고 대우통신은 이와 관련해 1개 혹은 2개 업체에 기술을 이전할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간단치 않다. 대우통신이 칼자루를 쥔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무소불위로 휘두를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우선 나머지 업체가 공동전선을 형성, 3개 업체 모두에게 기술을 이전하라며 반발하고 있다. 또 대우로선 이중 어느 한 업체를 선정할 적당한 방법이 없다. 3개 업체 모두 TDX-100을 생산하는 데 기술적으로 별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구매권을 쥔 한국통신의 눈치도 살펴야 한다. 예컨데 LG의 경우 종합통신사업자로 변신하면 한국통신의 경쟁자가 되는 셈이어서 껄끄러운 구석이 있다. 기술 이전료에 대해서도 업체간에 편차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문제와 관련, 구매권을 가진 한국통신과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는 간여하지 않겠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업계 스스로 해결하라는 뜻이다.【이균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