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 세월호 트라우마 에 소비활동 뚝

유통업체 특급호텔 등 카드 매출 급감
나들이 차량 줄고 영화관객 30%↓… 기업도 판촉행사 줄취소


세월호 사태로 온국민이 '트라우마'에 빠지면서 소비활동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소비활동의 대표적 지표인 카드사 매출이 지난 닷새 동안 전주동기 대비 많게는 9%가량 급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계에서는 지난 10년간 특별재난지역으로까지 선포된 대형 사건·사고 가운데 이번처럼 소비지표에 직격탄을 날릴 정도로 온국민이 '멘붕'에 빠진 적은 거의 없었다고 분석했다.

21일 금융계에 따르면 세월호 침몰 이후 중고등학생 대상 수학여행과 대학생 MT 같은 대형 행사, 개별 소비자들의 저녁 약속이 줄줄이 취소되며 카드 소비가 줄어 개별 카드사들의 매출이 모조리 떨어졌다.

세월호가 침몰했던 16일부터 5일간 매출동향을 비교한 결과 A카드사의 매출은 지난주 동기(6,800억원) 대비 8.8%(600억원) 감소한 6,200억원으로 추산됐다.

B카드사도 같은 기간 매출이 일 평균 3.7%가량 빠졌다. B카드사의 한 고위관계자는 "소비주체들이 세월호 사고 이후 트라우마에 빠지고 추도 분위기 속에서 외출을 가급적 삼가는 모습이 확산되고 있다"며 "야외 소비활동이 줄면서 자연스럽게 카드 매출도 확연히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카드 사용이 몰리는 주말의 카드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통상적으로 주말 매출은 평일 매출보다 15%가량 많다.

C카드사의 지난주 말(19~20일) 매출은 전주 말(12~13일) 대비 5% 내외가량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고가 역대 어느 대형 사고보다 소비심리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 같은 사건은 인명피해는 컸지만 카드 이용이 지금처럼 많지 않았고 최근 일어난 강원 양양군 산불(2005년), 충남 태안 기름 유출(2007년), 구미 불산가스 누출(2012년) 사건 등은 국민 전체의 경제활동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카드업계에서는 세월호 침몰이 가계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제활동이 급속도로 위축되며 소비활동을 줄이고 이것이 카드 매출급감으로 연결된 것이다.

카드사들의 지난 5일간 일간 매출도 지난주 동일 대비 3.7%에서 많게는 8.8%가량 하락했다. 무엇보다 술자리를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확연해지고 있다.

실제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세월호 침몰사고 시점인 16일부터 20일까지의 주류 판매동향을 분석한 결과 일제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날씨가 풀리면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던 맥주 판매는 세월호 침몰사태 이후 4% 감소로 돌아섰다. 소주는 2.4%, 양주와 와인 판매는 9.6% 줄었다. 안주류 판매도 3.8% 감소했다.

전국적인 애도 분위기로 여행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나타나 샴푸·치약 등 소용량 여행용 상품 판매도 8.4%가량 줄어들었다.

주말에 극장을 찾는 고객도 대폭 감소했다. 통상 극장 결제는 다양한 할인혜택을 가진 카드로 하는 경우가 많아 경제활동 전반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19일 토요일 하루 동안의 국내 박스오피스 1~5위 관객 수는 세월호 사건 이전인 지난주나 다른 시기에 비해 저조했다. 12일 1~5위 영화 관객 수는 48만3,925명이었는데 세월호 침몰 이후인 19일 1~5위 영화 관객은 33만4,310명에 그쳐 12일 대비 약 30%나 감소했다.

나들이에 나선 사람들의 숫자도 줄었다. 19일 서울대공원 입장객 수는 2만7,703명으로 전주의 3만5457명보다 22% 감소했다.

평균 2만5,000명이 찾는 잠실롯데월드의 주말 입장객 수도 2만명이 채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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