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등 은행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국내 은행의 우수 전문인력들이 외국계 금융기관으로 대거 빠져나가고 있다.1일 금융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들어 은행권 구조조정으로 고용이 불안해지면서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외환딜러나 채권 전문가 등 후발은행을 중심으로 한 국내 은행인력에 대한 스카웃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 소매금융으로 진출한 홍콩상하이은행의 경우 리테일 업무를 확산하면서 국내 은행의 창구 여직원들을 대거 흡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월 국민은행과 합병 발표 후 아직 인력 감축폭을 확정짓지 못한 장기신용은행의 경우 4, 5급을 중심으로 10여명의 직원들이 JP모건 등 외국계 투자은행들로부터 스카웃 제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직원은 이미 장은에서 퇴직, 외국계 금융기관으로 옮긴 상태.
장은 관계자는 『합병 발표가 나자마자 환딜러나 채권딜러 등 전문적인 업무를 맡고 있던 직원들에게 스카웃 제의가 많이 들어왔다』며 『고용도 불안정한데다 능력만 있으면 연봉도 훨씬 많이 받을 수 있어 이직한 동료들이 있다』고 전했다.
하나-보람, 한미은행 등 우량 후발은행에서도 같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하나은행에서는 지난 8월 채권팀 직원이 기존 연봉의 2배 이상을 받으면서 유럽계 B은행으로 옮겨갔고, 한미은행도 얼마전 여신심사역이 외국계 H은행으로 스카웃됐다.
특히 최근엔 홍콩상하이은행이 리테일업무를 개시하면서 이들 은행의 창구 여직원이 상당수 빠져나가고 있다. 후발은행의 경우 고객층이 대부분 외국계 은행과 겹쳐 업무 내용이나 고객 확보차원에서 외국계 은행의 구미에 맞는다는게 은행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후발은행의 한 인사부장은 『국내 은행에선 아무리 전문적인 능력을 갖고 있어도 호봉에 따라 받는 급여가 일정수준을 넘지 못하지만 외국계에선 억대 연봉도 가능하기 때문에 우수 인력을 붙잡아 둘 수 없다』며 『국내 은행들이 연봉제를 서둘러야만 우수 전문인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경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