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폰·해외 직구폰 통신료 10% 할인

'요금선택제' 할인율 조만간 결정
중저가폰 활성화해 최신폰 가격 인하 유도


다음달부터 휴대폰 보조금을 주지 않는 중고폰이나 해외 직구폰을 사용하면 보조금 대신 통신요금을 10%가량 할인 받을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고가의 최신 스마트폰 위주인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 해외 중저가폰과 중고폰의 인기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14일 미래창조과학부와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미래부는 보조금 대신 요금할인을 받을 수 있는 '요금선택제'에 적용되는 요금 기준할인율을 10% 안팎으로 결정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이통사들은 실적악화를 막기 위해 기준 할인율을 한자릿수로 낮추기를 원했지만 중저가폰 활성화와 잦은 단말기 교체를 막겠다는 요금선택제의 취지를 살려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사실상 두자릿수인 10%선으로 결정됐다"고 전했다.

요금선택제는 다음달 1일 시행되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의 주요 내용 중 하나로 휴대폰을 살 때 보조금을 받지 못하면 그 대신 요금할인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통사 대리점이나 판매점을 통해 휴대폰을 새로 사면 수십만원의 보조금을 받지만 중고폰이나 해외 직구폰, 자급제폰으로 통신 서비스에 가입하면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하는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됐다. 기준할인율은 보조금 대신 요금할인을 받을 때 적용되는 것으로 이통3사에 똑같이 적용된다. 미래부는 첫해에는 기준할인율 10%를 적용하지만 내년부터는 이통사들이 올해 가입자로부터 받은 요금 수입 대비 보조금 지원금의 비율을 계산해 할인율을 매년 바꿀 방침이다.

단통법의 기준할인율은 '보조금 상한' 과 함께 휴대폰 가격·요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중 보조금 상한은 25만~35만원에서 방송통신위원회가 6개월에 한 번씩 결정한다. 다음달 1일 적용되는 상한선은 중간선인 30만원이 유력하다. 이에 따라 소비자는 다음달부터 이통사 대리점이나 판매점을 통해 휴대폰을 구입하고 보조금을 받거나 중저가폰, 해외 직구폰 등을 별도로 마련해 요금할인을 받으면 된다.

가령 출고가격이 100만원인 최신 스마트폰을 이통사 대리점에서 사면 이통사와 휴대폰 제조사가 공동으로 지급하는 보조금을 최대 30만원까지 받는다. 여기다 대리점이 추가로 15% 내에서 보조금을 얹어주면 소비자가 받는 보조금은 최대 34만5,000원(30만원+(30만원×0.15))이 된다. 보조금을 받았다면 요금할인은 없다.

만약 출고가격이 30만원대인 중국 샤오미폰을 직접 장만했다면 어떻게 될까. 이통사 서비스에 가입할 때 보조금은 한 푼도 못 받지만 요금할인은 받게 된다. 가령 샤오미폰으로 SK텔레콤의 69요금제(기본료 6만9,000원, 부가세 제외)를 2년 약정으로 가입하면 약정할인 1만7,500원을 받아 실부담금은 5만1,500원이 된다. 여기에 기준할인율 10%를 적용한 5,150원을 추가로 할인 받으면 최종 실요금은 4만6,350원이 되는 식이다. 중고폰이나 자급제폰도 마찬가지 방식이다.

결국 최신 휴대폰을 대리점에서 사고 2년을 쓰면 소비자들은 34만5,000원, 휴대폰을 별도로 구매해 요금할인을 받으면 12만3,600원의 혜택을 받는 셈이다. 22만원가량의 차이는 제조사가 주는 판매장려금이다. 이통사의 한 관계자는 "요금선택제가 시행되면 비싼 스마트폰을 사고 보조금을 한 번에 받을지, 아니면 휴대폰을 직접 장만하는 대신 액수가 좀 적고 24개월에 걸쳐 혜택을 주는 요금할인을 받을지 결정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요금선택제는 휴대폰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요금정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없던 요금할인을 받기 위해 중저가폰이나 중고폰을 사용하는 소비자가 늘면 제조사들도 시장점유율 유지를 위해 신규 스마트폰 출고가를 낮추거나 중저가폰 라인업을 강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요금선택제는 이통사 대리점을 통해 휴대폰을 구입하는 고객과 그렇지 않은 고객 간 차별을 막고 중고폰과 중저가폰을 활성화해 결과적으로 최신 휴대폰 가격이 내려가도록 유도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중저가폰을 구입해 요금할인을 받는 소비자가 늘수록 휴대폰 가격인하 압력도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미 시장에서는 중저가폰 활성화 조짐이 보인다. 전국통신소비자협동조합은 요금선택제 시행을 앞두고 중국 샤오미폰을 공동구매하는 등 외국 중저가폰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다.

요금선택제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기준할인율을 더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준할인율이 높아야 요금할인 혜택도 커지고 보조금 혜택과 요금할인 간 차이도 줄면서 중저가폰과 중고폰의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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